코스피

2,455.91

  • 48.76
  • 1.95%
코스닥

678.19

  • 16.20
  • 2.33%
1/3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기술 발달로 시장 커지고 전문 영역도 함께 넓어져요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21)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디지털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고생산·저비용으로 산업구조 바뀌어
인간 일자리 증감은 분야별로 달라
전문성 강한 분야서 일자리 창출 가능성




2012년 영국의 주 간지 ‘The Economist’에는 흥미로운 신간에 대한 리뷰가 실렸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의 2012년 신간인 ?비용질병: 컴퓨터는 비용이 점점 저렴해지는데, 의료비는 왜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비평이었다. 보몰은 그의 책에서 생산성이 낮더라도 임금이 증가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의료부문의 이런 현상은 디지털 기술로 인한 일자리의 대체가 가속화될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세대의 고용 스펀지 역할을 담당했던 의료분야마저 기술발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비용질병과 일자리 대체

보몰이 주장한 ‘비용질병’은 노동생산성의 증가가 없는 직군에서 임금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임금이 노동생산성과 비례한다는 일반적인 경제학의 설명과 배치된다. 경제학에서는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금과 노동생산성은 비례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보몰은 산업마다 상이한 생산성의 증가가 비용질병 현상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즉, 제조업의 경우 기술 발전으로 인해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 생산성과 임금이 비례할 수 있지만, 서비스업은 그럴 수 없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이발사가 한 번에 열 명의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고, 치과 의사가 다섯 명의 충치를 동시에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생산성 증가는 매우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발사나 치과의사는 과거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이를 두고 보몰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노동자 모두 같은 노동시장에 속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제조업의 임금은 오르는데 서비스업은 그대로라면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제조분야로 직종을 바꾼다. 서비스분야의 인력은 희소해진다. 하지만 희소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서비스분야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조분야에서 직원들도 주말에는 머리를 자르고 충치를 치료해야 한다. 수요와 희소성이 맞물리면 제조분야로 이직했던 인력들이 서비스분야로 되돌아올 마음이 생길 만큼 임금이 오른다. 생산성 증가 없이도 임금이 상승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지난 세대에 비해 더 많은 환자를 다루지 못하더라도 임금이 오르는 이유다.

4차 산업시대 고용기회와 딜레마

《노동의 미래》 저자인 경제 칼럼니스트 라이언 아벤트는 그의 책에서 미래의 고용 기회는 자동화와 노동력 과잉으로 인해 3중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높은 생산성과 고임금, 자동화에 대한 저항, 대규모 노동력의 고용 잠재력 가운데 하나 혹은 두 개 분야에서만 고용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생산성과 대규모 노동력을 고용할 수 있는 분야는 기술발전의 위협이 낮은 분야이기 때문에 보수가 높다. 하지만 대규모 고용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고용의 증가로 인한 생산량의 급증은 생산물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고용의 감소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 고용의 기회는 고도의 전문성 영역이거나 혹은 낮은 임금으로 인해 자동화가 매력적이지 않은 영역, 그리고 아직 기술의 침투가 이뤄지지 않은 영역에 한정된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경제와 틈새일자리

라이언 아벤트는 보다 근본적으로 기존과 같은 대규모 고용시장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웹을 활용한 틈새시장을 소개한다. 기술 발전으로 증가한 효율성은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커진 시장에서는 전문화의 여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제학자 글렌 엘리슨과 사라 피셔 엘리슨은 논문을 통해 웹을 활용한 중고 전문서적 거래가 사회적 효용을 높여준다는 것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만 찾는 책이어서 일반 수요자에게는 외면받았던 중고 전문서적(0.75달러)은 웹을 통해 더 넓은 공간에서 수요자를 찾아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가격(20달러)에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노동자가 특정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웹을 활용해 노동자가 가진 전문성에 걸맞은 임금을 지급한 수요자를 찾을 수 있다면 대규모 고용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산성에 비례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고용해 일을 맡기는 ‘긱 경제(gig economy)’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자리 감소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일자리 감소의 원인이 효율성 증가에 있기에 소비자 대다수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생필품의 가격 역시 하락할 것이다. 일자리의 대체로 실질임금은 정체되겠지만, 생활수준은 향상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의 합의가 여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 발전의 명암을 따져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을 발전시키는 주체도, 기술을 이용하는 주체 모두 인간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