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일 기자 ]
베트남 정부가 해안 지역에 경제특구를 조성하려던 계획을 시민들의 거센 반중(反中) 정서를 고려해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은 최근 ‘세금 탈루 우려가 크다’며 베트남에서의 중국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모바일 결제를 금지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베트남뉴스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10일 “외국인 투자 경제특구 관련 법안 처리를 연기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는 번돈, 푸꾸옥 등 해안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기존 50~70년인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토지 임대 기간을 최장 99년까지 늘리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구에 중국계 투자자들만 대거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뒤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일이 꼬였다. 번돈 지역 경제특구 법안엔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의 국민은 관광 목적인 경우 비자를 면제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지역 접경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국에 특혜를 줘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9일엔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하노이시 호안끼엠 호수 주변과 베트남 남부 경제 중심지 호찌민시의 산업단지, 푸꾸옥 섬 등 곳곳에서 시민들이 몰려 나왔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군사기지를 잇따라 설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엔 이 지역에서 베트남의 석유·가스전 개발을 중단토록 해 마찰을 빚었다. 지난달엔 호앙사 군도(파라셀 군도) 일대에서 조업하는 베트남 어선을 해경 순시선으로 들이받아 침몰시키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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