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출신 오상호 대표
할머니·아버지 이어 3대째
간장·고추장 장류 생산 '외길'
지난해 명문장수기업 선정
부설연구소 설치 등 첨단화
생산위탁 대기업 고객 잃자
미국·몽골 뛰며 해외 개척
[ 김진수 기자 ]
전남 순천에 있는 매일식품은 간장 고추장 쌈장 등 장류를 생산하는 식품업체다. 오상호 매일식품 대표(46)는 할머니(고(故) 김방 여사)와 아버지(오무 회장)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명문장수기업은 기업 성장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존경받는 기업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매일식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 대표는 중화권 식자재 소스 브랜드인 ‘이금기’처럼 아시아 대표 소스 업체가 되는 게 목표다. 오 대표는 “지난 70여 년간 3대에 걸쳐 가장 맛있는 장류 제품을 고집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100년 이상 고객들이 찾을 수 있는 명문장수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3대째 가업 승계
전통 장류식품 한길만 걸어온 매일식품은 여성 기업인인 김방 여사가 1945년 창업한 ‘김방장류양조장’에서 시작됐다. ‘어머니의 정성’을 내세워 군대와 경찰 등 관공서 납품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가업을 이어받은 오무 회장은 1982년 공장을 순천시 장천동에서 서면산업단지로 이전하고 품질을 높였다. 주요 식재료인 간장 등을 대기업을 비롯한 식품회사에 납품하는 선두 업체로 발돋움했다.
홍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오 대표는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 사원으로 입사했다. 회사 사정도 어려웠고 취업난도 심해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됐다고 했다. 2007년 석·박사만 9명인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고 발효식품인 장류도 장치산업인 만큼 2015년 120억원을 들여 공장을 증축했다. 이후 FSSC 22000(국제식품안전협회의 식품안전 시스템 규격),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등 국내외 품질인증을 받았다. 최근 ‘저염화 염미증강소재’를 개발했고 국내외 특허등록 9건 등 지식재산권만 107건에 달한다.
◆전체 매출 50% 해외 달성 계획
이 회사는 2013년 한 대기업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납품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다. 오 대표는 수출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 항공사에서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제공한 것도 관심을 끈 요인이었다. 오 대표는 직접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하고 해외 고객을 찾아 나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시온마켓이 첫 고객이었다.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계약을 따냈다. 오 대표는 “몽골에서 고추장과 된장 구매 요청이 와서 직접 가보니 시장에 국내 제품이 있었다”며 “국내에서 근무했다가 돌아간 근로자들이 찾는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매일식품은 해외 한인 시장뿐 아니라 미국 영국 필리핀 등 19개국 현지 매장에서 ‘아줌마 리퍼블릭(Ajumma Republic)’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350억원)의 17%가량인 60억원을 해외에서 올릴 전망이다. 2년 전 300만달러 수출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500만달러 수출 탑에 도전하고 있다. 오 대표는 “해외에서 인정받으면 국내 소비자들도 더 친숙하게 선택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해외 판매를 전체 매출의 5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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