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준호 커무브 대표
‘좀비런’을 만든 문화콘텐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커무브’는 CO(함께)+Move(움직이다)를 결합한 신조어로 ‘함께 움직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좀비런’은 참가자들이 정해진 구간에서 좀비를 피해 도망치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이색 마라톤이다. 원준호 커무브 대표(사진)는 졸업을 앞둔 2013년 학교 축제 때 좀비런을 기획했다.
“당시 복학생이었고, 졸업을 앞둔 시기라 축제 때 뭔가 해보고 싶었어요. 축제를 3주 앞두고 총학생회를 찾아가 좀비런 행사를 제안했는데, 처음엔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설득 끝에 축제 때 좀비런 참가자를 모았는데 1200명이 신청했어요. 대박이었죠. 연세대생들을 위한 행사인데 충청도에서 참가자가 올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첫 좀비런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원 대표는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두 번째 좀비런을 좀비 분장이 가장 자유로운 날인 핼러윈 데이에 기획해 7000여 명의 참가자를 모았다. 두 번째 기획에서도 소위 대박을 친 원 대표의 계획은 갈수록 커졌다. 이듬해 4월 대규모 좀비런을 기획한 원 대표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쳐왔다. 행사 10일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면서 수억원대의 빚을 지게 됐어요. 미리 투입한 자금도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정말 힘들었죠.”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된 원 대표에게 주변에서 파산 신청을 권유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원 대표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면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원 대표는 그해 여름 경남 합천에 있는 합천영화테마파크에 좀비런을 유치하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 커무브가 첫 창업 아이템은 아니었어요. 10년 전 군 제대 후 저소득 난청인을 위한 보청기를 제작했는데, 잘 풀려서 제약회사가 인수했어요.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무력감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렇게 집에서 좀비처럼 몇 개월을 지낸 적이 있었어요.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좀비런을 기획했는데, 위기를 겪고 나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일어섰죠.”
강홍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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