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드러내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인물 포커스 - '광폭 행보' 나선 김동연 부총리
그립 조이고 연일 드라이브
靑 경제·사회 수석비서관 불러
소득분배 현안 간담회 주재
예정 없던 혁신성장회의도 챙겨
매달 한번씩 대통령과 독대
정책 방향 가감없이 전달
월례보고 후 부쩍 자신감 얻어
견제하는 靑 참모들 긴장
김동연 부총리의 과제
혁신성장서 가시적 성과 내고
최저임금 효과 놓고 계속 될
靑과의 갈등 해법도 고민해야
[ 김일규 기자 ] “경제 컨트롤타워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빛에 의해 나타난 그림자를 쫓는 게임일 뿐이다. 자기 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꿋꿋하게 일해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후 컨트롤타워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중국 선종 6조 혜능의 고사까지 인용하며 “바람이 깃발을 흔든 것도, 깃발이 스스로 흔들린 것도 아니고 자기 마음이 흔들리는 게 문제”라고 했다. 누가 뭐라든 컨트롤타워로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할 일을 하겠다는 의미다.
‘패싱’ 의심 때마다 정면 돌파
김 부총리는 9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대과(大過) 없이 경제팀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최근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영향을 놓고 청와대 참모들과 ‘1 대 10 논쟁’을 벌인 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손을 들어준 것으로 비치는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다.
이후 일각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정부의 세 바퀴 경제정책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은 장 실장이, 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운전대를 잡고, 김 부총리 역할은 혁신성장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부총리는 세간의 평가에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7일엔 예정에 없던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관계부처 장관은 물론 홍장표 경제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까지 소집했다.
8일에는 방향을 틀어 혁신성장을 챙겼다. 이날 오전 역시 예정에 없던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오후에는 경기 스타필드하남을 찾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현장 간담회를 하고 유통 분야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심기일전하겠다는 김 부총리의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대통령 월례보고, 자신감 얻었나
김 부총리는 지난 1월부터 매달 한 번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주로 현안을 보고하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생각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부총리가 대통령을 만나고 나면 정책 방향이 부총리 생각대로 가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에도 월례보고를 했다. 그는 스타필드하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월례보고에서 혁신성장과 기업들과의 소통 계획 등을 말씀드렸는데, 굉장히 적극적으로 장려해주셨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준공식 등 격려가 필요한 기업 현장에 가겠다며 건의를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기재부 내부에선 김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월례보고를 시작한 이후 부쩍 자신감이 커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직 걸고 소신 밀어붙여야”
하지만 청와대가 국정 운영을 만기친람식으로 계속하는 이상 김 부총리의 패싱 논란은 언제든 또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시각이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 정책라인이 주도하는 소득주도 성장과 본인이 챙기는 혁신성장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문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생각하는 혁신성장이 사실상 성장잠재력 확충과 같은 중장기 과제여서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줄 성과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김 부총리는 평소 혁신성장이 산업,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 교육 같은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예컨대 당장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놓고 계속될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이다. 그 역시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친을 여읜 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을 전전했을 만큼 고생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의지가 크다고 한다. 다만 청와대 참모들과 달리 관료 출신으로서 정책 실행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잘 아는 만큼 ‘따질 것은 더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김 부총리가 이제는 할 만큼 했고 (직에서) 물러나도 좋다는 자세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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