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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대부분 "이의 없으므로 가결"… '만장일치' 거수기 전락한 기초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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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풀뿌리 민주주의

견제기능 상실한 지방의회



[ 박재원 기자 ] “성남 시민으로 돌아갈 건데 구리든 안 구리든 다 눈감고 갑니까?”

지난 4월 열린 성남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유석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이 이처럼 성토했다. 그는 “최악의 의장으로 남고 싶지 않다”며 “분명히 이렇게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제대로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않고 무조건 예산을 통과시키고 박수쳐 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의회에서 벌어진 흔한 정쟁의 모습 같지만 이 같은 설전은 전국에 흩어진 기초의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대부분의 기초의회 회의는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는 말로 끝맺는다. 기초의원들이 참석만 할 뿐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정된 안건이나 구청·군청 관계자의 현안 보고에 대해 질의하는 기초의원은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한 기초의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다가올 ‘지방분권 시대’는 허울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규칙은 9만6000여 개에 달한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우리 생활은 10만 개에 달하는 조례와 규칙에 의해 제한받는다.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줄 세우기 투표가 아니라 기초의원부터 제대로 알고 뽑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기초의원 자질 논란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도 반복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당선자의 36%가 전과자였다. 기초의원에 대한 검증은 더 취약하다 보니 전과 5범 이상인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5336명의 기초의원(비례대표 제외) 후보 가운데 2207명이 전과자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면 지방의회에 견제 장치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 감시를 받는 국회의원과 달리 기초의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뚜렷한 감시자가 없어서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려던 개헌 투표가 무산되면서 지방분권 강화 운동이 다소 힘을 잃었지만 정부는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지방분권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와 분권이야말로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라며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과 직결되는 기초의원부터 옥석을 가려야 제대로 된 지방분권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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