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조기 착공·지하화…교통 '선심공약' 경쟁
朴 "35층 유지…저층·고층 조화"
金 "지연된 정비사업 한달 내 승인"
安 "준공영개발…리모델링 완화"
시장 권한 벗어난 공약 많고
예산 확보 계획도 불투명
[ 선한결/양길성 기자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주요 후보들이 각종 부동산·교통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선 뉴타운 등 대형 도시개발 호재를 약속하는 공약은 찾기 힘들다. 대신 철도 신설, 주요 계획 노선 조기 착공, 기존 노선 지하화 등 교통 관련 공약에 중점이 실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10%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비사업 규제 vs 완화
각 후보 간 입장이 가장 크게 갈린 것은 재건축·재개발 문제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규제 유지를,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규제 철폐를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준공영 개발이라는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박 후보는 별다른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규모 정비사업 대신 소형 도시재생사업을 여럿 벌인다는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존 ‘2030 서울플랜’을 통해 마련한 한강변 층고 제한, 재건축 단지 35층 규제 등도 유지할 전망이다.
김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후보다. 정비사업 관련 규제 철폐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달 말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 모임에 서울시장 후보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기존 재건축 절차에 드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현재 행정상 이유로 사업이 지연된 정비구역은 취임 한 달 내에 승인 도장을 찍겠다”고 공언했다. 안전진단 연한, 용적률 제한 등을 확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면 집값도 잡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안 후보는 준공영 개발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서울시가 재개발 지역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토지를 신탁받아 사업 권한을 이임받고, 이를 통해 정비구역 내 임대주택과 근린시설 등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리모델링 수직 증축 사업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 대안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너도나도 철도 공약
이번 선거에선 후보들이 각종 교통노선 개통을 약속하고 나섰다.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철도·교통 공약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 강북권·남부권 GTX 신설, GTX 정차역 추가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김 후보는 강북권 GTX와 남부권 GTX 사업비를 4조1000억원과 2조3000억원으로 계산했다. 올림픽대로·경부간선도로·동부간선도로·강변북로, 경의중앙선·고속철도(KTX) 등 도로·전철 지하화도 공약에 포함됐다.
안 후보의 핵심 공약은 ‘6개 국철 지하화’다. 서울을 지나는 6개 국철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숲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15개 자치구에 총 57㎞ 규모다. 이외에 ‘경전철·신분당선·GTX 조기 착공’ ‘6호선 강북순환철도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 후보는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고 중랑천을 수변공원으로 바꾸는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서울역사 뒤편 철도 용지 5만5535㎡에 컨벤션센터, 사무실, 호텔, 문화시설 등을 짓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도 벌인다. 모두 서울시가 기존에 추진 중인 사업이다.
◆“실현 가능성 낮아”
부동산·교통 관련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서울시 권한을 벗어나는 공약이 많다. 광역철도·GTX 건설, 철도 지하화 등은 정부 계획에 반영돼야 추진이 가능하다. 김 후보와 안 후보가 약속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정비 등도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박 후보는 거둬들인 부담금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활용하겠다지만, 시가 가져가는 금액은 환수액의 20%에 그친다. 예산 확보도 문제다. 박 후보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은 이미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10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안 후보의 6개 국철 지하화 사업도 비슷할 전망이다. 안 후보는 예산 7조~8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민간 투자로 확보한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사업성이 낮은 강북지역에 민간사업자가 뛰어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한계도 문제로 거론된다. 온갖 기존 건물이 들어선 지역에서 긴 노선의 지하화 공사를 벌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공약 대부분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데다 예산 마련 방안이 불명확하다”며 “철도 신설·연장 공약 중 90%는 유권자를 속이는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철도 지하화는 오래전부터 막대한 예산이 들고 기술적인 어려움도 큰 사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동안 실현하기 어려웠던 지하화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양길성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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