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공과(功過)를 따지는 과정에서 ‘경제부총리 패싱’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경제 컨트롤타워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 부총리에게 지지부진한 혁신성장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패싱론’을 일축했다. 중요한 것은 ‘부총리 패싱’ 여부가 아니라 혁신성장을 얼마나 제대로 추진하느냐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경제는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경기성적표를 놓고 정책 당국자들이 “좋네” “나쁘네” 하며 입씨름을 벌여도 괜찮은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자율주행, 로봇, 바이오 등 미래형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놓고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하다. 유감스럽게도 어지간한 국가들 가운데 한국만 제대로 ‘명함’을 못 내밀고 있다.
당장은 우리 경제가 ‘반도체 착시’ 효과에 취해 괜찮아 보이지만, 반도체 시대가 신기루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중국 반도체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러다간 자칫 한국은 신산업경쟁에서 외톨이로 뒤처진 현실을 처절하게 곱씹으며, 경제 추락을 눈뜨고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 실제 그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부총리에게 주어진 책무는 그래서 중요하고도 무겁다. 그는 지난해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 믿고 일을 맡겨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 ‘시어머니’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은 김 부총리 본인의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 정부가 기재부 장관에게 부총리 지위를 부여한 것도 그런 권한을 잘 행사하라는 의미다.
김 부총리가 주력해야 할 일은 혁신성장을 본때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혁신성장은 기업과 시장에서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만, 정부가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김 부총리는 세제, 예산 등 ‘무기’들을 손에 쥐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소외됐느니 여부로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김 부총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선전을 부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혁신성장에 직(職)을 걸고 헌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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