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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경제적 가치 2조원' 신기록에 가려진 방탄소년단의 진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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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 변화 흐름 읽은 방시혁의 안목
자신들의 이야기 통해 또래에게 위로하는 능력
팬들이 주는 사랑 책임질 줄 아는 '선한 영향력'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온 국민이 환호한다. 우리 선수의 목에 금메달이 빛나고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서 애국가가 나오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최근 올림픽 금메달에 견줄만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 기록을 거둔 청년들이 있다. 바로 '국가대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방탄소년단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차트(6월 2일자)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는 '빌보드 200'에서 1위, 'FAKE LOVE'는 '핫 100'에서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아이돌 가수로는 최초의 기록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은 "믿을 수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팬클럽인 '아미'에게 모든 영광을 돌렸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방탄소년단 곳곳에 그들을 만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방시혁 프로듀서의 향기가 묻어 있다. 이 청년들을 발굴하고 여기까지 이끌어온 방시혁. 그가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비결은 뭘까? 방시혁이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서 했던 발언을 통해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지난해 11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Mnet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 전문부문 시상식 기조연설을 위해 강단에 오른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이유에 대해 '소셜 미디어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대중문화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이 비례한다. 강대국일수록 대중문화의 파이가 크고 보수적이다. 이때문에 소위 강대국이라 불리는 미국, 영국의 음악 시장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카르텔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었다. 당연히 주류와 비주류 간의 차이가 존재했고 비주류는 비주류로 머문채 더 이상 높은 자리로 올라갈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고 그에 맞는 기술적 환경이 대폭 확장되면서 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게 바로 음악산업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빼어난 IT 환경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마련됐고 이는 아티스트와 팬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의 창구로 진화됐다. 방시혁은 이같은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10~20대에게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했고 결과는 주효했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제성이 방탄소년단을 잘 몰랐던 사람은 물론 기존 미디어마저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멤버 7명이 하나의 계정을 함께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방탄소년단은 한국인 최초로 트위터 팔로워 1000만 명을 돌파했고 구글 트렌드 검색 1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화제성을 유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멤버들이 유튜브에 직접 제작한 '방탄 밤' 에피소드를 지속적으로 올리며 꾸준한 소통의 모습을 보였고 플랫폼별로 차별화된 정책을 유지해 해당 유저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했다. 그 결과 인스타그램 영향력 분석에서 세계적 가수인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같은 팝스타보다 우위에 서는 결과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의 활발한 소셜활동은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줬다. 즉 다시 말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전 세계에서 팬들이 반응했으며 선진국에서 그 활동을 인정했다는 말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곧 아미의 이야기

과거 1990년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을 때 당시 음악계와 언론은 해괴한 음악이라며 그들을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언론의 평가에 흔들림없이 자신들의 무대를 펼쳤고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에 자신들의 이름을 드높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음악 평론가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두 가지를 꼽았는데 하나는 시대를 앞서간 음악성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메시지'였다.

방시혁의 숨은 조력자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 '피독'은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점'을 꼽았다.

피독의 말대로 방탄소년단은 10~20대들이 받는 고통이나 압박감, 학교 폭력과 같은 그들 또래의 피부에 와닿는 주제를 노래했다. 또래 청춘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장'이란 키워드가 나왔고 어린 팬들이 성장하면서 방탄소년단도 같이 성장한 것이다.

방시혁 대표는 과거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멤버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하는데 본인들이 모르는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그 또래의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이 기존 아이돌과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적 메시지는 너무 '즐기는' 데 집중한다는 생각이 든다. 방탄소년단은 반대로 갔다. 일부러 즐겁고 행복한 음악보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가혹한 현실과 그에 대한 고민을 노래하는데 포인트를 맞췄다. 본인들의 이야기로 음악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작', '성장' 같은 콘셉트도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실망이 크고 타인에 대한 열등감에 좌절해 있던 제게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됐습니다. 연예인에게 관심조차 없었던 제가 처음으로 산 음반이 방탄소년단입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의 가사를 통해 위로를 얻고 날개를 달고 날 자신감을 얻었다는 데 감사하고 싶습니다."

(한 방탄소년단 팬이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온 내용 중)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매번 앨범을 만들면서 트랙과 트랙간의 유기성, 앨범과 앨범간의 유기성을 강조했다. 노래 한 곡에만 집중하고 금방 잊혀지는 이른바 음악의 '소비성'을 지양한 것이다. 또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소망도 이러한 콘셉트와 그 결을 같이 한다. '성공'이 아닌 '성장'을 하고 싶다는 그들. '성공'을 하려면 경쟁을 해야 하지만 '성장'을 하려면 팬들과 유대하며 같은 또래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방탄소년단은 그게 되는 것이다.


▲자율성으로부터 오는 선한 영향력

방시혁 대표는 지난 2월 방송된 KBS '명견만리'에 출연해 "처음 방탄소년단을 만들 때 세계적인 가수가 목표는 아니었다. 회사도 주류는 아니었다. 이런 결과를 한 번도 예상한 적이 없다. 다만, 이 친구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데뷔 초부터 멤버들에게 자유를 줬다고 밝혔다. 방시혁 대표는 "그들을 규제하지 않았다. 연습시간이나 생활을 통제하지도 않고 모든 것에 자유를 주고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바란 것은 방탄소년단이 빛나는 스타를 넘어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아티스트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멤버들에게 너희의 내면의 소리를 들려주는 음악을 만들라고 주문했고 첫 음반에는 학업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당시 철지난 학교 컨셉트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당시 멤버들 중에 학생들이 많았고, 당연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대표의 말처럼 방탄소년단은 자율성을 부여받고 그들의 안에서 나오는 메세지를 바탕으로 작업을 했다. 그런데 자율성은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하면 독(毒)이 된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의 '인내'다. 사생활은 스스로 통제했고 음악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렸다. 팬들의 공감을 얻은 음악은 그렇게 통제와 자유 사이에서 탄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방시혁 대표가 말한 '선한 영향력'이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아티스트는 수없이 많은 팬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 그들의 작은 행동과 사소한 발언 하나가 팬들에게 큰 자극이 되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뮤지션들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상대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이러한 '선한 영향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방탄소년단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기록을 써내려가면서 언론에서는 방탄소년단이 갖는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24억원의 매출과 3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방탄소년단의 선전에 힘입어 올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잠재적 가치까지 더해진다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즉시 기업가치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수많은 언론이 방탄소년단의 성공비결과 방시혁 대표의 과거발언들을 토대로 각종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방시혁 대표 조차도 과거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이 이 정도로 잘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음반 작업에 들어가면 멤버들은 모든 스케줄을 중단하고 연습 시간에 집중한다. 그게 공식 스케줄이 된다"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눈에 보이는 빌보드 차트 기록이나 '2조원'이라는 경제적 수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수 백가지의 성공비결, 그 꼭대기로 올라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그들의 진짜 성공비결은 결국 '진심'이 아닐까.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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