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이 구속의 기로에 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행장은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한다.
함 행장의 영장심사는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진행하며,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사외이사 또는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들에게 사전에 공고하지 않은 전형을 적용하거나 임원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등 특혜 채용 의혹으로 고강도의 수사를 받아왔다. 특정대학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임의로 올리거나 낮추고, 남녀 채용비율을 정해 선발하는 등의 혐의도 있다.
특히 함 행장이 2013년 충청사업본부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하나은행 공채 지원자를 추천한 혐의가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로 공이 넘어가기 전 금융감독원이 진행됐던 하나은행 특별검사에서는 추천에 따른 특혜 채용 과정에 함영주 행장으로 추정되는 명단이 나왔다. 함 행장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가 합격 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한 것이다.
이에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하나은행 본사와 함영주 은행장실을 수색했으며, 지난달에는 하나은행 본점 충청도 정책지원부를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당시 명단에 함 행장과 함께 이름이 올라와있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이 구속될 경우에는 직무 면직이 불가피하다.
하나은행 측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하나은행 노조는 함 행장과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사측과의 갈등이 재차 불거졌다. 탄원서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하나은행이 함 행장의 구속 여부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탄원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탄원서 작성요령 양식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함 행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 문서가 비서실에서 흘러나왔으며 문서를 받은 임원들이 각 지점장에게 보냈고 서울, 수도권 등의 지점 직원에게도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은 "직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쓰게 한 일은 없으며 검찰에 제출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함 행장이 구속될 경우 은행권은 초긴장모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법원은 (함 행장에 대해) 즉각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며 "함 행장 뿐 아니라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구속 수사해야 하고 추가로 의혹이 제기된 신한은행도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함 행장이 구속은 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슷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구속되지 않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행장은 "범죄혐의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수사 진행 경과, 개인적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 사정을 종합하면 구속할 사유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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