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계의 알파고' 개발
특허 피할 화학물질 합성법
AI가 10분 만에 찾아내
[ 배태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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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사진)는 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8’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2012년 ‘화학계의 알파고’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 화학 합성 프로그램 ‘케마티카’를 개발해 학계를 놀라게 한 화학자다. 2016년 케마티카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나노기술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파인만상’을 받았다.
케마티카는 화학물질을 스스로 합성하고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AI 프로그램이다. 1700년대부터 인간이 축적해온 3만여 개 화학물질 합성법을 모두 학습해 최적의 합성법을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계산해낸다. 독일 제약회사 머크는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개발사인 GSI를 인수했다. GSI는 그쥐보프스키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따 미국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그는 “AI를 화학에 적용하는 일은 체스나 바둑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앞으로 놓을 수만 고려하면 되는 체스나 바둑과 달리 화학 합성은 분자 결합 상태나 3차원 분자 구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간단한 화합물을 합성할 때도 100의 100제곱 개 변수가 생긴다”며 “많은 사람이 케마티카 개발이 실패할 것이라고 본 것도 이런 복잡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AI가 제약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이 개발한 합성법 대신 AI가 개발한 합성법을 사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AI를 이용해 유명 제약사의 특허를 우회할 수도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AI를 활용하니 기존 방식보다 더욱 효율적이면서 특허 문제도 피하는 합성법을 단 10분 만에 찾아낼 수 있었다”며 “이제는 제약 분야에서 지식재산권(IP) 개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AI가 과학자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과학계에 뼈있는 조언도 했다. “한국 학생들은 지식을 암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AI 시대에는 지식 암기보다 개념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몇 년 전부터 기초과학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며 “한국 과학자들이 연구 지원에 힘입어 새로운 연구에 적극 도전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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