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혼자 놀던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이 너무 좋았다. 책을 읽고 다른 아이들과 놀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비 오는 날에만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농사일을 쉬기 때문이었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소녀는 작가를 꿈꿨다. 시간은 걸렸지만 꿈은 이뤄졌다. 환갑이 넘어서야 글쓰기 교실을 다닐 수 있었다. 문학 용어도 모르고 젊은이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그냥 내 식대로 써보자’하고 낸 것이 송송책방이 펴낸 신간 ?강원도의 맛?이다. 주간지 ‘한겨레21’에 2년 간 연재한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전순예 작가는 1945년 강원도 평찬군 평창읍에서 태어났다. 책은 1950~60년대 강원도 산골의 풍경을 담았다. 그때 해먹던 음식뿐 아니라 사람들, 사투리와 나무, 논과 밭 작물들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떤 책에도 기록으로 남을 일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꽁치구이와 곤드레밥, 삶은 감자와 강냉이죽, 파란콩 순두부와 주먹밥까지. 평범한 듯 한 다양한 음식들이 잔잔한 에피소드와 함께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제 ‘1945년생 주부’가 아닌 작가로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다는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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