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갑질'로 주가 하락… 박능후 장관이 직접 제안
국민연금, 대한항공 2대주주
공개서한·경영진 면담 추진
'연금 사회주의' 가속 논란도
[ 유창재 기자 ]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사태와 관련해 대한항공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촉발된 대한항공 사태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연금 가입자에 피해를 입혔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앞두고 특정 기업에 대한 ‘선전 포고’에 나서면서 정부가 공적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입김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3차 회의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수, 관세포탈, 재산 국외도피, 탈세 등과 관련한 보도가 계속 이어져 국민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29.62%)에 이어 대한항공 주식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박 장관은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에 대해 “기금운용위원회 또는 산하 의결권전문위원회의 우려 표명, 기금운용본부의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금 가입자인 국민을 대신해 주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투자 기업 의결권은 행사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의미의 ‘주주권’ 행사는 보류해왔다. 주주권 행사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주주권에는 공개서한 발송이나 경영진 및 이사회와의 면담, 나아가 주주제안 등이 포함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이 경영진 의견을 묻는 비공개 서한을 보낸 적은 많지만 사실상 경영 개입을 뜻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공개서한이 발송된다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특정 기업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 발언을 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기업 현안에 강도 높게 관여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풀이했다.
이 경우 정부 및 정치권이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일부에서 우려하던 ‘연금 사회주의’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거나 전체 주식 운용액의 0.5% 이상을 차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772개에 달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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