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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뷰어] 날선 전기면도기 배틀…브라운 vs 필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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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디자인·피부보호' 우수
브라운, '절삭력·면도성능' 강점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독일의 브라운과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의 80%(2017년 기준)를 점유하고 있다. 브라운은 판매량에서 필립스에 10%p 가량 앞서면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별 판매금액 점유율 차이는 0.5%에 불과하다. 사실상 막상막하라는 뜻이다.

반면 전기면도기는 직접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 롯데백화점에서 전기면도기를 판매하는 A씨는 "온라인은 모르겠지만 오프라인의 경우 여성 고객 비율이 조금 더 높다"고 했다.

블랙리뷰어가 브라운과 필립스 전기면도기 비교를 결정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블랙리뷰어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가장 많이 판매되는 10만원대 중후반 제품을 비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여기서 명확히 밝혀야 할 부분이 있다. 10만원대 중후반이라는 기준은 출고가가 아닌 5월 말 기준 인터넷 최저가를 말한다. 출고가가 100만원이면 뭐하나. 지금은 15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브라운 전기면도기 중 시리즈 5 '5140S'를 비교 제품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최신 모델로 브라운 공식 판매점에서 13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참고로 상위 모델인 '시리즈7-7840S'의 판매가는 14만9000원이다.

필립스 전기면도기로는 시리즈 9000 'S9090'을 택했다. 사실 해당 제품은 한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패키지다. 그런데도 이 모델을 결정한 이유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S9041'과 본체가 동일해서다. S9041은 현재 필립스 공식 인증 판매점에서 17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블랙리뷰어 노경목, 윤진우 기자가 두 제품을 모두 사용한 결과 선호 제품은 엇갈렸다. 노 기자는 필립스를, 윤 기자는 브라운 제품을 추천했다.

노 기자는 "소중한 남자의 얼굴 피부까지 신경 써주는 필립스 면도기"라며 "손에 감기는 맛도 좋고 예쁘기까지 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기자는 "조금 무겁고 시끄럽지만 면도 성능은 브라운이 우수하다"며 "면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브라운을 추천한다"고 했다.



노 기자 : 더 비싼 제품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이야기다. 경쟁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자신의 제품을 비싸게 팔려면 당연히 더 좋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필립스의 시리즈9000 면도기는 브라운의 시리즈5 면도기보다 인터넷 최저가를 기준으로 4만원 비싸다. 하지만 그 가치의 차이는 가격 차이를 뛰어 넘는다.

윤 기자 :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브라운 전기면도기 구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무게와 소음에선 필립스가 앞서지만 절삭력과 편리성, 피부의 손상 등에서는 브라운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모터 성능은 필립스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노 기자 : 마음을 비우고 두 제품을 비교해보자. 어떻게 봐도 필립스 면도기가 예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동그란 3개로 나눠진 절삭구는 브라운의 투박한 일자형보다 멋있다. 옆에서 봐도 필립스 제품이 유려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반면 브라운은 밋밋한 직선이 중심이다. 그리하여.. 필립스 제품이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에 나올 것 같은 우주선의 느낌이라면, 브라운 면도기는 메탈리카의 '머더원'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안에 존재할 것 같은 모터사이클과 닮았다. 물론 우주선보다 모터사이클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필립스의 디자인이 훨씬 미래적이고 쿨해 보인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윤 기자 : 두 제품은 디자인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브라운은 블랙과 블루 색상으로 젊고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반면 필립스는 블랙과 실버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필립스의 올드한 느낌 보다 브라운의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아주 주관적인 취향이다. 그립감은 두 제품 모두 뛰어났다.



헤드의 경우 극명히 차이가 난다. 브라운은 면도날이 두 줄로 배열된 일자형을 채택했고 필립스는 원형 면도날 3개가 삼각형으로 배치됐다. 브라운은 모터가 좌우로 움직이는데 반해 필립스는 원형으로 움직였다. 이 때문에 브라운은 위아래로, 필립스는 원형을 그리면서 면도를 해야했다.

노 기자 : 전원 스위치를 켜본다. 브라운 면도기의 진동과 크기는 군 복무 시절 잠깐 사용해본 잔디깎기를 연상시킨다. 사용 시간이 수십초에 불과했는데도 손목이 얼얼할 정도다. 그 소음이 얼마나 엄청났던지 네이버의 한 블로거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사용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후기까지 남겼다. 반면 필립스는 어떤가. 한강 밤섬에 있는 가마우지가 날아갈 때 그 날개를 스치며 흩어지는 공기처럼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윤 기자 : 무게와 소음에서는 필립스가 앞섰다. 두 제품 모두 완충시 60분 면도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갖췄지만 무게는 필립스가 월등히 우수했다. 소음 역시 필립스가 좋았다. 브라운이 책상 위 휴대폰 진동 수준이라고 한다면, 필립스는 이불 속 진동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면도 시간은 3~4분가량이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면도를 시작할 때 초시계를 누르고 면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 때 정지시키는 방법으로 측정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이 정도면 됐다'고 하는 수준이다.

윤 기자 : 얼마나 피부에 잘 밀착해 수염을 면도하는지를 나타내는 절삭력(切削力)은 큰 차이가 없었다. 면도날이 작은 필립스가 뛰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비슷했다. 두 제품 모두 별다른 상처 없이 면도가 가능했다. 각질이 벗겨져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는 현상도 없었다. 턱 아래에 있는 뾰루지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면도 전 터트리는 아픔을 감수했다.

노 기자 : 본격적으로 수염을 깎아 봤다. 필립스 면도기는 3개의 절삭구가 턱선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수염을 손질해줬다. 브라운 면도기의 일자 절삭구가 줄 수 없는 세심함이다.

윤 기자 : 면도 성능은 브라운이 월등히 우수했다. 턱 아랫부분, 입술 아래 등 굴곡이 있는 곳에서 차이가 났다. 코 아랫부분은 두 제품 모두 실망스러웠지만 브라운이 조금 더 나았다. 필립스는 충전이 다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브라운은 강하게 하면 피부가 손상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 기자 : 물론 기자도 브라운 면도기로 깎았을 때 필립스보다 깔끔하게 깎인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돌리며 여러번 깎아줘야 제대로 깎였다는 느낌이 드는 필립스에 비해 브라운 면도기는 한두번만 쓱쓱 긁어줘도 피부가 맨들맨들하게 수염이 깎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은 법! 얼굴 오른쪽은 필립스, 왼쪽은 브라운으로 깎았더니 브라운으로 깎은 쪽 피부가 조금 아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피부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윤 기자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면도 후 12시간이 지난 모습을 공개한 것. 공개된 사진을 보면(차이를 다 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 필립스는 턱과 입술 아래와 같은 굴곡이 있는 부분은 물론, 코 아래와 뺨까지 거뭇거뭇했다. 반면 브라운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수염이 자라면서 거뭇한 느낌이 들었지만 필립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윤 기자 : 진짜 차이는 면도 후 12시간이 지나자 확연히 나타났다. 저녁 8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 앉으니 극명한 차이가 보였다. 사진을 찍어준 아내 역시 브라운에 한 표를 던졌다. 시간이 지난 후 보였던 차이는 디자인과 무게, 소음에 대한 비교우위를 무색하게 했다.

노 기자 : 남자도 피부과 다니고, 화장하는 세상에 남자의 피부를 소중히 하지 않는 면도기라니. 뭔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매일 아침 사용하는 면도기 아닌가! 높은 절삭력을 자랑해도 피부 걱정을 하게 만드는 브라운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웠다. 두 제품을 탁자에 놓고 사용하는 일주일동안 브라운보다 필립스에 먼저 손이 갔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총평

노 기자 : 당신이 1970년대 록음악을 즐겨 듣고 주말이면 가죽잠바를 입고 교외로 나가는 상남자라면, 투박한 외관에 인정사정 없는 성능을 자랑하는 브라운이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곱상한 외모의 방탄소년단이 빌보드를 평정하는 21세기다. 필립스의 시대인 것이다.

윤 기자 : 필립스는 비슷한 가격대에 더 높은 등급의 제품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청소를 위한 면도날 탈부착과 충전 속도, 충전 후 사용시간 등에서도 브라운이 뛰어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강력한 면도 성능은 브라운을 따라올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브라운을 적극 추전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윤진우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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