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2차 정상회담
전문가들 '2차 정상회담' 엇갈린 평가
BBC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 회담" 풍자
北, 관례 깨고 정상간 합의내용 먼저 발표
문 대통령, 공식발표 극적 효과 사라져
[ 이미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인 2차 남북한 정상회담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달라진 남북 시대에 맞게 정상이 수시로 만나는 파격을 선보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한편에서는 “국가원수가 직접 핫라인(직통전화)처럼 무모하게 나선 줄타기”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남북 간 합의 내용을 우리 정부보다 먼저 발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선한 파격’ vs ‘위험한 발상’
전문가들은 27일 이번 회담에 대해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모두 상반된 평가를 냈다. 영국 BBC는 회담을 보도하면서 “남북 정상들의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 회담(Hollywood meeting)”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형식에 대해선 “의전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만남”이란 호평과 “남북 정상이 ‘인간 핫라인’이 된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는 혹평으로 나뉘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워낙 다급한 일이라 의전을 따질 겨를도 없었을 것이고 이런 식의 만남이 계속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국가원수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알 수 없으며 이런 사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또 “비록 핫라인에 도청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이렇게 나선 건 너무 가벼이 행동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내용 면에선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 이견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려 했다지만 민감한 현안이 나올 때마다 북한을 의식할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정상 간의 비공식 만남은 이례적이긴 하지만 지금의 급변하는 판세를 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며 “김정은으로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눈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北, 南보다 먼저 정상회담 발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매체들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 소식을 이날 오전 6시30분께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공식 발표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약 3시간30분 빨랐다.
지금까지 북한은 남북 간 합의 내용을 2~3시간 늦게 발표했다. 2001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과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엔 관련 합의문을 우리 정부보다 하루나 이틀 늦게 내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엔 과거 관례를 깨면서 미국을 안심시키고,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는 “1972년 7·4 공동성명을 동시 발표한 이후 남북은 합의 내용을 각자 발표했다”며 “북한이 이번처럼 우리 정부보다 먼저 발표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 쪽에서 먼저 구체적으로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의 공식 발표는 극적인 효과가 크게 감소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선제적 발표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북한과 미국 간 중개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심리를 이용한 증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한국은 현실적으로 중간자 역할을 할 힘이 없으며, 결국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성공 여부는 중국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이 ‘남조선의 역할은 판문점 회담까지가 끝이었다’고 언급했다는 말이 있지 않았나”라며 “김정은은 또다시 방중할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이 남북 간 합의 내용을 우리 정부보다 먼저 발표하면서 주도권이 실질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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