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前 시골생활 맞는지 잘 따져봐야"
퇴임 후 충남 금산서 줄곧 농사지어
"산촌에 대한 막연한 환상 버려야
마음 먹었다면 용기 내 준비·실행"
[ 홍윤정 기자 ]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꿈꾸고 귀촌한다면 만만치 않을 겁니다.”
13년째 충남 금산에서 ‘귀촌 생활’을 하고 있는 조연환 전 산림청장(사진)의 말이다. 조 전 청장은 27일 “귀촌 생활은 생각보다 몸쓰는 일이 많고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시골살이의 즐거움과 어려움, 귀촌 설계와 준비 과정, 조언 등을 담은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를 펴냈다.
“귀촌을 결정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산촌 생활에 적합한 사람인지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육체 노동을 즐길 줄 알고, 각종 벌레 등에 예민하지 않으며, 교통 불편과 편의시설 부족을 참을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죠.”
조 전 청장은 귀촌에 적합한 사람이었을까. 그는 “아내만은 못하지만 이 정도면 탁월한 농부”라고 했다. 귀촌하기까지는 부인의 역할이 컸다. 서울청사 시절부터 부인은 채소와 나무 등을 가꾸는 걸 좋아했다. 대전청사로 옮긴 뒤에는 주말 농장을 운영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아내는 노후를 시골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2000년부터 땅을 구해 단계적으로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고, 집을 지었다. 2006년 2월 38년여의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금산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금산에 터를 잡았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금산이 고향이냐”는 것이었다. 그의 고향은 충북 보은이다. 조 전 청장은 “산림청 시절부터 금산은 숲가꾸기 사업을 열심히 해온 곳이어서 좋은 기억이 있었던 데다 마침 좋은 땅이 나왔다”며 “좋은 땅이 있고 그곳에 정을 붙일 수 있다면 고향이 아닌 곳에서 은퇴 이후를 설계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1967년 19세에 산림청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청장 자리까지 올랐다. 말단에서 시작해 수장까지 오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잘 자란 나무를 수형목(秀形木)이라고 합니다. 수형목 한 그루가 나기 위해 수천 개의 경쟁목과 희생목, 지지목 등이 필요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제가 청장이 되기까지 도와주고 지지해준 분이 많습니다.”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한 그는 한국산림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10기까지 모집한 산림최고경영자(CEO) 과정을 통해 약 1000명이 그의 수업을 들었다. 대부분 은퇴 이후 삶을 산촌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30~40대도 관심이 많아졌다. “귀촌하는 데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바라기만 해선 안 됩니다. 마음을 먹고, 용기를 내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면 됩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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