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
[ 김희경 기자 ]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큰 고통을 준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를 더 이상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견딜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랑은 아프다’는 표현도 그래서 나왔다.
이 이야기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이별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과 같다. 누군가가 신체적 고통을 가할 때처럼 이별이 고통을 준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진통제 종류인 ‘파라세타몰’이 이별로 인한 가슴앓이에 종종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뇌 이야기》는 기억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모든 감정에 관여하는 뇌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저자는 영국 카디프대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는 딘 버넷이다.
뇌의 이식은 일반적인 장기와 달리 윤리적 논쟁을 많이 일으킨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이유 자체가 뇌가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뇌는 그 사람의 영혼 그 자체며 한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다.
그런데 뇌는 이별의 순간처럼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골탕 먹이며 때론 수호천사처럼 굴기도 한다. 저자는 “뇌는 자기 마음대로 정보 순위도 바꾸고 섞어버리기도 해 실수를 연발하게 한다”며 “하지만 위험상황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감시견 역할도 하고 주인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므로 잘 이해하고 응용한다면 공존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464쪽, 1만8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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