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아프로테크 사장
[ 김낙훈 기자 ]
선진국과 후발개도국을 가르는 잣대 중 하나는 ‘신뢰’ 구축 여부다. 사람 간의 신뢰, 산업용 제품 및 부품에 대한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이는 요소다. 인천에 있는 덕성산업기계의 최덕호 사장은 인간적인 신뢰 구축을 기반으로 해 경기침체기에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아프로테크의 김형태 사장은 첨단설비와 전문인력을 앞세워 자동차부품·전자부품 등 각종 산업용 부품의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장치가 아니다. 각종 센서, 파워반도체, 전자제어유닛(ECU), 모터, 배터리, 내비게이션 등 전기·전자제품의 비중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전기자동차 등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여기서 이런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센서와 브레이크 간 통신이 끊기면 어떻게 될까. 주행 중 갑자기 사람이 끼어들었는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으면 사고로 연결된다. 브레이크의 오작동은 센서와 브레이크 간 신호 전달과정에서의 문제 때문에 생길 수 있다.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에 있는 아프로테크는 이런 자동차부품을 연구개발하는 업체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환경을 설정해놓고 가속시험(신뢰성시험)을 한다. ‘진동시험기’ ‘복합부식시험기’ 등 다양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가 입주해 있는 우림라이온스밸리의 지하에 가보면 맨 먼저 ‘소음진동시험기(BSR)’가 등장한다. 벌이 나는 것 같은 윙윙거리는 소리, 쥐가 찍찍거리는 것 같은 소리, 딸그락거리는 소리 등 미세한 노이즈를 파악하고 이 소리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곳이다. 작은 방 하나 크기의 이 시험실과 장비를 지난해 구축했는데 8억원이 들었다. 국내에 거의 없는 첨단설비다.
이 회사의 김형태 사장(50)은 “자동차는 움직이는 제품이어서 소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워낙 정숙한 제품이라 이런 작은 소음조차 더욱 거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오디오, 각종 부품, 시트에서 이런 소리가 날 경우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진동시험기는 온도와 습도변화를 감안해 주행 중 차량의 흔들림에 따라 각종 부품의 연결상태를 점검하는 연구장비다. 커넥터가 빠져 전기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각종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가 무용지물이 된다. 예컨대 사이드미러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끝부분에 깜빡이가 부착돼 있는데 센서랑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으면 차선을 바꾸다 사고가 날 수 있다.
전자제품은 염분에 취약하다. ‘복합부식시험기’는 바닷가 주변을 오랫동안 주행할 경우 부식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장치다. 자동차 실내외 방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살수시험기도 있다. 이들은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각종 방산제품과 항공기 관련 부품의 연구와 개발에도 쓰인다.
김 사장은 “자동차가 갈수록 첨단화, 전자화되면서 자율주행차 단계에 들어서면 자동차는 그 자체가 영화관 및 음악실 같은 복합문화정보공간으로 바뀐다”며 “각종 부품에 대한 정밀한 안정성 연구가 필요해 국내외 기업의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07년 창업 이후 성남에만 각종 시험설비를 50억원어치 투자했다. 대부분 독일·일본·미국산 장비다.
성균관대 공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친 김 사장은 이런 연구개발과 부품 개발 및 성능 향상에 20여 년간 종사해왔다. 자체 인력 및 외부 인력을 활용해 자동차 관련 부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주로 표면처리·접합 분야의 신기술이 접목된 부품이다.
그는 “자동차가 첨단화될수록 도전할 과제가 많다”며 “내년에는 경기 용인에 전자파 관련 연구시설을 갖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자제품 간 전자파간섭이 생기면 각종 신호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자동차 부품업체도 자체적으로 연구개발과 신뢰성 테스트를 하지만 객관적인 연구와 신뢰성 제고를 위해선 우리 같은 연구개발 전문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각종 부품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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