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올 경우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날 것인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최 부상은 "미국 부대통령(부통령) 펜스는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공개 비난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만약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끝나고 말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부상은 이와 관련해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북한을 리비아와 비교하는 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우리는)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를 비극적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기국의 고위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 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미국이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 16일 개인 담화를 내고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식 핵포기' 언급 등을 비난하며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북한 인사들의 잇따른 리비아식 모델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리비아 모델 거론을 통해 북한을 지속해서 압박하자 이를 강력하게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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