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정신분석학 이론은 지동설, 진화론과 함께 ‘인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이론’으로 불린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서 끌어내렸다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을 신이 창조한 신성한 피조물에서 ‘그저 그런 동물’로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본능에 좌우되기 쉬운 무의식이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정신분석학 핵심 이론은 ‘인간 정신은 이성의 산물’이라는 18~19세기 서구 철학의 가설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성적인 존재로 믿어져 왔던 인간이 ‘수많은 욕망과 본능에 흔들리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욕망과 성(性)충동이 인간 행동 동기"
정신분석학의 본격적인 태동을 알린 것은 오스트리아 정신신경과 의사 프로이트가 1899년 11월 출간한 《꿈의 해석》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 정신은 이드(id), 에고(ego), 슈퍼에고(superego)로 구성돼 있다.
‘원자아(原自我)’라고도 불리는 이드는 충동과 본능의 근원이다. 생명과 삶을 자극하는 성(性) 에너지 리비도(libido)의 저장고 역할도 한다. 에고(자아)는 ‘현실의 대변자’다. 인간이 충동과 본능에 빠져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이드를 조절한다. 슈퍼에고(초자아)는 이드와 에고를 통제하는 ‘도덕의 감시자’다.
“에고는 내부적으로 이드와 슈퍼에고, 그리고 외부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라는 세 명의 까다로운 주인을 섬기는 집사와 같다. 이 변덕스런 주인들은 너무나도 자주 충돌한다. 우리가 인생살이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프로이트는 이드, 에고, 슈퍼에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간 정신을 다시 세 단계로 나눴다. 의식(意識)과 전의식(前意識), 무의식(無意識)이다. 현재 자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의식이다.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것으로, 흔히 ‘기억’으로 설명된다. 무의식은 인간 내면에 깊게 잠재된 세계다.
“빙산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의식은 물 위에 떠 있는 부분이어서 그냥 보인다. 전의식은 들여다보면 보이는 물에 얇게 잠긴 부분이다. 무의식은 너무 깊게 잠겨 있어 그냥 들여다보면 절대 보이지 않는다. 빙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무의식을 볼 수 있어야 빙산의 참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꿈이야말로 ‘무의식의 보고(寶庫)’라고 강조했다. 꿈을 제대로 분석하면 인간 행동이 어떤 이유로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그것에 합당한 원인과 이유가 있다. 무의식의 발현체인 꿈에는 인간 행동의 단서들이 숨어 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은 설사 꿈이라는 형식 속에서도 자신을 무차별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검열 작용”이라며 이를 ‘방어기제(防禦機制)’라고 정의했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는 욕망들이 있다. 수면 중에는 검열의 간섭이 저하(低下)돼 금지된 욕망들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온당치 않은 욕망들은 어떤 식으로든 무의식의 검열을 받는다. 그래서 극단적인 반(反)사회적 욕망은 검열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누그러뜨려진다. 이렇게 변형(왜곡)돼 나타나는 게 꿈이다. 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자기합리화 등의 방어기제들이 발동된다. 꿈은 억압된 욕망의 위장된 성취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시기하고, 어머니에게 성적인 감정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는 모든 인간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성적인 정념(情念: 강하게 집착해 생겨난 생각)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긍정적으로 보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아들(인류의 미래)’이 ‘아버지(인류의 현재)’를 넘어서지 못하면 인류 발전은 정체하거나 퇴보한다.”
"꿈의 왜곡은 무의식의 검열 때문"
프로이트는 꿈의 예지력을 부정했다. 꿈은 이전의 생각과 경험, 행동이 응축된 ‘과거의 거울’일 뿐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얘기가 전해오고 있지만, 특정인을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이 믿기 때문에 실제 일어나는 ‘자기실현적 예언’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큰 인물이 된다’는 태몽을 전해 들은 사람은 주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 본인의 자기 암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성욕과 과거의 경험에 지배되는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가 제시했던 꿈 분석 사례들이 자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무의식이라는 정신세계를 개념화한 것은 ‘무의식의 발견’이라고 비유될 정도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개척한 정신분석학이 심리학, 사회학, 문학 등 현대 사상과 학문 발전에 큰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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