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계 문제 해결' 강의 입소문
이번 학기엔 '폐광촌 활성화' 방안 모색
기업 '젊은 아이디어' 얻고
학생 '문제 해결능력' 길러
[ 구은서 기자 ]
“광부 월급날엔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연탄으로 불을 때던 1970~80년대 탄광촌에서 속담처럼 쓰이던 말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강원 정선 고한읍 삼척탄좌(삼탄)에는 한때 3000명이 넘는 광부가 석탄을 캐 올리며 지역경제를 이끌었다.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밥줄’이던 탄광이 2001년 문을 닫자 지역경제도 침체되기 시작했다. 삼탄아트마인이 2013년 이 폐광시설을 되살리며 ‘지역문화 소생 프로젝트의 기관차’라고 표현한 이유다.
삼탄아트마인은 국내 최초로 폐광산을 문화시설로 재창조한 공간이다. 600m 수직 갱도로 들어가는 승강기, 광부를 나르던 인차 등을 보존하되 전시·체험공간으로 꾸몄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연간 9만 명이 찾는 이곳은 그러나 강원 오지 기업 특성상 비수기에는 방문객이 현저히 감소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삼탄아트마인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할 젊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문을 두드렸다.
기업과 대학의 ‘윈윈’
에리카캠퍼스 경상대학은 최근 삼탄아트마인과 산학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삼탄아트마인은 경상대학의 이번 학기 IC-PBL(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 산업연계 문제해결 학습방법) 강의에 ‘비수기 고객 확보 전략’을 의뢰했고, 학교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토론과 과제를 통해 해법을 모색한다.
IC-PBL은 이처럼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학습법이다. 김우승 에리카캠퍼스 부총장은 “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교수나 선후배의 뒤통수만 쳐다보며 주입식 강의를 들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라며 “에리카가 그간 축적해온 산학협력의 결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우리 현장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달라’고 찾아오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현장 수요에 맞는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고, 기업은 ‘톡톡 튀는’ 젊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수업의 최종 평가는 주관 교수인 전상길 교수와 삼탄아트마인 경영진이 함께한다. 지난 13일 삼탄아트마인 본사에서 진행한 중간 발표회에는 손화순 삼탄아트마인 대표와 김형석 파이어아트페스타 2018 예술감독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기말 발표는 에리카캠퍼스에서 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학생들의 발표를 들은 이후 잠시 잊고 있던 사업 초기 아이디어와 초심을 새삼 돌이켜볼 수 있었다”며 “과제 제출 1년 뒤 매출을 비교해 증가액의 3%를 대학 측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에리카, 국내 첫 전 학과에 PBL 도입
국내 대학 최초로 IC-PBL 개념을 전 학과에 도입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지난해 신입생부터 총 4개 이상의 PBL 교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책상 배열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벽면을 화이트보드로 꾸민 전용 강의실도 단과대마다 마련했다. 기존 PBL이 공학 등으로 분야가 제한돼 있던 것과 달리 IC-PBL은 지역사회 문제도 포함해 적용 분야가 다양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헬스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감염병 위기 상황에 야기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루머관리 모델 개발’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식이다. 마이다스아이티, 디즈니코리아 등도 이 강의를 찾았다.
IC-PBL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김 부총장은 “학생들이 다각도에서 여러 문제 해결 방안을 내기 위해서는 과제로 부여할 문제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며 “교수로서 품이 많이 드는 강의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는 130여 개 IC-PBL 강의를 운영 중이다. 관련 강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과목 개발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승진·승급이나 재임용 시 요구되는 최소 요구 논문 점수 일부를 IC-PBL 강의 실적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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