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낵네이션' 노리는
스타트업 어반포레스트
지난달 '오피스스내킹' 출시
정기 간식 배송도 '직원복지'
건강한 브레인 푸드로 구성
[ 문혜정 기자 ]
우버, 오라클, 시스코, HP,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이들 기업이 동시에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다.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다. 같은 회사로부터 정기적으로 직원용 간식을 배달받고 있다. 주인공은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두 명이 설립한 ‘스낵네이션(snacknation)’. 미국 전역에 1000여 개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3년 만에 연매출 470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간식 배달 서비스를 가정까지 확대했다. 국내에서도 스낵네이션 사업모델을 본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어반포레스트가 대표적이다.
◆한국판 ‘스낵네이션’
어반포레스트에 주문하면 ‘오피스스내킹(office SNACKING)’이란 로고가 새겨진 상자가 사무실로 배달된다. 열어보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보기 힘든 색다른 과자들이 선물처럼 포장돼 있다. 코코넛칩, 현미 시리얼바, 과일 타르트, 오트(귀리)나 팥으로 만든 과자,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칼라만시 열매로 만든 스낵 등이다. 25~30개 봉지가 들어 있다. 한 상자에 3만9000원과 4만9000원짜리 두 종류가 있다. 어반포레스트 직원들이 전문 영양컨설턴트와 함께 건강과 두뇌 활동에 좋은 ‘브레인 푸드(brain food)’를 포함해 기획·구성한 제품이다.
회사 설립 만 3년이 된 어반포레스트는 원래 사무실에 고급 에스프레소 기계를 빌려주는 렌털업체다. 차별화된 원두, 전문 위생업체를 통한 유지·보수 등을 내세워 커피 자판기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과 중견·외국기업, 공공기관 등 고객사가 300개 정도다.
두 번째 사업아이템이 ‘간식 큐레이션’이다. 개인이 알아서 인근 편의점에서 사 먹던 간식을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가 챙기도록 하는 게 아이디어다. 정태진 어반포레스트 대표는 “매주 배달받거나 한 달에 1회 열리는 직원 간식파티와 회의용 간식으로, 혹은 개업이나 직원 생일 용도 등으로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여러 종류의 간식, 저렴한 가격, 편리성 그리고 선물을 받는 듯한 재미가 장점이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와디즈(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펀딩한 뒤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기존 커피머신 렌털 서비스(‘커피림’)로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국식 기업 간식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제휴로 영역 확장
정 대표는 삼성영상사업단과 TU미디어, SK텔링크 등에서 다큐멘터리·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서, 콘텐츠 상품기획자로 일했다. 2015년 어반포레스트를 창업했다. 그는 빨리 성장하려면 큰 회사와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피머신 렌털 사업은 롯데렌탈과 제휴를 맺었다. 간식 배달 서비스도 대형 오픈마켓이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전문업체 등과 협의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특성상 거래가 1년 이상 지속되는 만큼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법인 고객명을 공개하진 않지만 기업별로 커피머신 설치 시공 과정 등을 홈페이지에 자세히 공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원가를 절감하는 동시에 다양한 유기농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자체브랜드(PB) 과자도 곧 개발할 계획”이라며 “간식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간식 배송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같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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