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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주 52시간 근로제 논란] 독일 '근로시간 저축제'·미국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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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노동시장 경직돼 유연하게 대응 못해 충격 커


[ 백승현 기자 ]
근로시간을 줄여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요 선진국의 연간 총근로시간은 한국보다 훨씬 짧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해외와 달리 경직된 규제 일변도여서다. 주요 선진국은 주 40시간 근로를 기본으로 하되 노사가 합의할 경우 연장근로를 최대한 허용하고 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운영 기간을 늘려 개별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살펴보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보완책 많아

독일, 영국에선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대표적이다. 특정 기간에 연장 또는 야간근무를 많이 했다면 수당을 받는 대신 휴가를 몰아서 갈 수 있는 제도다. 특정 기간에 일을 많이 한 근로자가 그 시간만큼 나중에 휴가로 사용하거나 미리 휴가를 쓴 뒤 나중에 근무시간 외 업무로 보충할 수 있다.

프랑스 핀란드 미국 일본 등에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운영할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정한 기간 내에 어느 주 또는 어느 날의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정해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 달이든 1년이든 특정 기간을 정해 총 근로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해도 연장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싱가포르 역시 연장근로시간 제한(월 72시간)을 두고 있으나 주문량이 많은 시기나 경기 변동에 따라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가령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빙과업체나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 새로운 게임 출시를 앞둔 게임업체 등에선 일이 특정월이나 계절에 몰릴 수밖에 없다. 3개월 이상의 집중적인 연장근로가 필요한 대표적인 업종이란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원칙적으로 2주간, 노사 서면합의가 있다면 3개월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만 허용한다. 겨울철에 근무를 적게 하다가 여름철에 몰아서 근무할 경우 불법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운영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미국은 1938년 공정노동기준법을 제정해 법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했다. 주 40시간을 넘기면 초과 근로에 대해 시간당 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한다. 하지만 주당 임금이 913달러(연봉 4만7476달러) 이상인 고소득 사무직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근로시간 적용제외)’으로 불리는 제도다. 관리직·행정직·전산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유럽연합(EU)은 주평균 48시간 근로가 원칙이지만 ‘근로자가 원할 경우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한국의 모델’ 일본은 노사합의 중시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토대로 제정됐다. 그래서 두 나라의 노동 관련법은 상당히 닮아 있다. 일본도 요즘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연장근로 한도를 연간 720시간으로 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다만 노동기준법에 따라 노사가 합의하면 재량껏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또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와 비슷한 ‘탈시간급제’도 도입한다. 연봉 1000만엔(약 1억원) 이상 일부 전문직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오는 7월부터 주당 12시간까지만 초과근무를 할 수 있다. 운수업 등 5개 예외업종을 제외하고는 1주일에 12시간 넘게 초과근로를 하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다. 연장근로 허용 시간만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연간 624시간으로, 일본(720시간)보다 오히려 적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연장근로시간에 대해 법적 상한선을 두는 것은 1947년 노동관련법 제정 이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그럼에도 법적 범위 안에서 노사 간 협상에 따라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는 계절에 따른 주문량 증가, 건설 공사기간 단축 등의 사유가 있을 때 활용하는 것으로, 사업주는 경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근로자는 할증임금을 받을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유연성을 상당 부분 보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일부 특례업종을 제외하면 획일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어서 경착륙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NIE 포인트

주요 선진국의 법정 근로시간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을 정리해 보자. 우리나라 근로시간 단축의 바람직한 보완책은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미국·일본이 고연봉 전문직 근로자에게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같은 제도를 적용하는 이유를 토론해 정리해보자.

백승현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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