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개선주 옥석 가려보니…
[ 오형주 기자 ]
올해 1분기 상장회사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과 글로벌 무역분쟁 등 잇달아 터진 악재에 신음했다.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4% 줄어드는 ‘삼성전자 착시현상’도 두드러졌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업종별,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조언한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관련주를 비롯해 유통과 식품 업종 등이 대표적인 2분기 실적개선주로 거론됐다.
◆반도체·MLCC 순풍 타고 날까
SK하이닉스는 2분기 반도체 업종 실적 상승세를 이끌 주도주로 손꼽혔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백진수 파트너는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엔비디아에 고성능 D램의 일종인 HBM2를 납품한다”며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 증가에 따라 2분기에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비해 기업용·고성능 메모리 제품 판매 비중이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엔비디아에 대한 HBM2 D램 공급은 이를 극복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52%, 69% 급증하면서 ‘분기 매출 10조원-영업이익 5조원 시대’를 무난히 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하나머티리얼즈는 반도체 호황을 맞아 특수를 누릴 소재·부품업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한경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업계 투자 확대에 따라 소재·부품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며 “하나머티리얼즈는 메이저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어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하나머티리얼즈가 2분기 매출 380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부문에서 반도체 못지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바로 MLCC다.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부품으로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 등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MLCC 글로벌 2위인 삼성전기는 이런 업황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MLCC는 과점 공급시장인 데다 신규 수요처가 전장분야로 확대되면서 D램처럼 최근 2년간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적어도 3분기까지는 실적 우상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 파트너는 “삼성전기에 MLCC용 전극 페이스트 소재 등을 납품하는 코스닥 상장사 대주전자재료 역시 2분기부터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사업 정리’ 롯데쇼핑 주목
내수주 중에선 롯데쇼핑과 동원F&B가 관심을 갖고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 분석됐다. 오재원 한국경제TV 파트너는 “롯데쇼핑은 백화점 사업부의 실적 개선, 마트 사업부의 턴어라운드로 2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국 내 마트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또한 롯데쇼핑 주가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적은 지난 1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원F&B 역시 1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2분기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혔다. 오 파트너는 “최근 출시한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참치와 치즈 등 원가 부담이 낮아지면서 2분기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롯데케미칼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내에 셰일가스에 기반한 에탄분해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유가 상승 시 마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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