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 단둥 르포
北·中 접경지역 단둥 가보니
김정은 訪中 이후 변화
북한 경제 개방 기대감 '솔솔'
북한산 수산물 수입 재개 소문
北찾는 中관광객 문의 늘어
북한 음식점 평일 점심에도 북적
겉으로 드러난 교역량은 제자리
단둥세관 드나드는 차량 적고
상점 한산…무역상도 자취 감춰
[ 강동균 기자 ]
“북한 근로자 고용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아직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북한 신의주가 눈앞에 보이는 중국 랴오닝성(遼寧) 단둥(丹東)에서 지난 14일 만난 주민과 무역상 대부분은 “앞으로 북한이 개방되고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무역상은 “단둥도 경제특구인 선전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무역상들은 지난 3월 베이징 북·중 정상회담과 지난달 판문점 남북한 정상회담이 끝난 뒤 북·중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선 다음달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되면 교류가 본격 재개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압록강철교) 근처의 여행 안내센터에는 최근 들어 북한을 여행하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문의가 늘고 있다. 한 직원은 “북한과 업무협약을 한 중국 여행사가 다음달 새로운 여행상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금지됐던 북한 수산물 수입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중 이후 재개됐다는 얘기도 있다. 한 무역상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는 소문이 나돈 만큼 북한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지침이 조용히 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단둥은 북한 수산물의 중국 내 유통 중심지로 냉동창고 200여 곳과 수산물 가공업체가 몰려 있다.
정규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단둥으로 입국하는 북한 노동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엔 제재로 중단됐던 북한 근로자 고용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재개되고 있다”며 “금수 품목인 북한 해산물도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방중 뒤부터 1주일에 수십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눈에 띄지 않게 5~6명씩 나뉘어 단둥에 있는 공장으로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친척 방문이나 관광 목적의 도강증(渡江證)을 발행해주는데 중국 경찰이 취업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중 관계개선 기대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신압록강대교 주변에 조성된 랑터우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곳은 신압록강대교가 준공된 후 3년6개월째 개통이 지연되면서 한때 유령도시로 불렸으나 외지 부동산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 4000위안(약 68만원) 하던 주택 가격은 최근 7000위안으로 뛰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북한과 교류가 재개되면 ㎡당 1만5000위안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단둥시 정부는 투기 억제에 나섰다. 비거주자가 구매한 신규 주택은 2년이 지난 뒤 거래할 수 있도록 단속하고 주택 구매 계약금을 최소한 전체 가격의 50%가 넘도록 했다. 이는 다른 지역의 25% 계약금에 비해 두 배 높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단둥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남북한이 손을 잡으면 단둥시가 굴기(起)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반도 긴장 완화가 현지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초 유엔의 제재 결의에 따라 문을 닫았던 북한 식당들도 지난달부터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조중우의교 근처에 있는 고급 북한 음식점 유경식당과 평양 고려관은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경식당 매니저는 “주말에는 단체 관광객이 몰려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단둥에는 현재 10여 곳의 북한 식당이 업주 명의를 중국인으로 바꿔 활발하게 영업 중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둥의 명소로 꼽히는 항미원조 기념관과 기념탑 공사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2014년 말 시작된 이후 지지부진하던 공사가 오는 7월27일 정전 6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북·중 관계 정상화와 맞물려 속도를 내는 듯했다.
미·북 정상회담 후 북한이 본격적으로 경제 발전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커지면서 단둥시 정부 움직임도 분주하다. 단둥공항은 오는 20일부터 활주로 확장 공사에 들어간다. 단둥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공사를 위해 단둥공항은 10월 말까지 임시 폐쇄된다.
하지만 겉으로 나타난 교역량은 유엔의 제재 이후 여전히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한때 조중우의교를 통해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차로 붐볐던 단둥세관 앞 도로는 여전히 한산했다. 대형 트럭 수백 대가 진입할 수 있는 세관 주차장은 대부분 비어 있었고 북한을 방문하려고 세관을 찾는 무역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관 주변에 자리잡은 북한 상점들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북한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대북 무역을 해 온 중국 기업인은 “아직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가시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물밑에선 북한과의 교류 정상화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지금은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단둥=강동균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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