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8언더파 정상…우승 상금 21억원 '잭팟'
"작년 세상 떠난 아버지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침 준 위대한 스승"
막판까지 심슨 위협한 우즈
17번홀 더블보기 범해 '발목'
토머스, 존슨 제치고 세계1위
[ 조희찬 기자 ]
웹 심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정상에 우뚝 선 13일(현지시간)은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 꼭 우승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일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평생 스승 ‘아버지’
아버지 샘은 심슨의 골프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심슨을 골프로 인도했고, 2012년 US오픈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5승을 거둔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심슨의 아내인 도드를 만나게 해준 것도 아버지였다. 한 파티에서 우연히 도드를 본 샘은 첫눈에 며느릿감으로 점찍었다. 샘은 도드에게 “내 아들과 만나주면 100달러를 주겠다”고 대뜸 부탁했다. 심슨과 도드는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둘은 그들의 단골 스테이크 집에서 아버지가 준 100달러를 썼다.
심슨에게 끈기를 가르쳐준 ‘멘토’ 역시 아버지 샘이다. 2013년까지 US오픈을 포함해 4승을 올리며 전성기를 누리던 심슨이 ‘앵커링(anchoring: 퍼터 샤프트를 신체에 고정한 채 스트로크하는 행위) 금지 조치’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아버지는 평생 스승이었다.
“아버지는 기술적인 면보다 골프라는 게임을 어떻게 대하고 존중해야 하는지 일깨워줬다. 예전에 아버지와 골프를 할 때 내가 아버지에게 공을 더 좋은 곳에 놓고 치라고 말했다. 그때 아버지는 ‘그러면 룰을 어기는 것’이라고 나를 가르쳤다.”
경기 도중 기권하고 병상 지키기도
심슨은 지난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공동 12위까지 갔던 대회(RSM 클래식)를 미련없이 기권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샘의 곁을 지켰다. 1주일 뒤 아버지를 떠나보낸 심슨은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4년7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 심슨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18번홀에서 더블 보기 등을 적어 내며 흔들렸지만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공동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는 완벽한 우승 드라마를 썼다. 2013년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우승 이후 이어진 긴 침묵을 깨뜨렸다. 우승상금 198만달러(약 21억1000만원)를 챙겨 시즌 상금 37위에서 6위(343만8767달러)로 도약했다.
심슨 독주 위협한 ‘붉은 공포’ 우즈
심슨을 막판까지 위협한 이는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최종합계 11언더파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12번홀(파4)까지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한때 단독 2위로 심슨과의 격차를 5타까지 좁히기도 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나온 그는 전반 3~5번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갤러리를 열광케 했다.
불붙던 추격전이 식어버린 것은 14번홀(파4) 세컨드 샷부터다. 354야드짜리 ‘슈퍼 장타’를 날린 뒤 시도한 111야드짜리 웨지샷이 백스핀을 먹고 그린을 벗어난 게 화근이었다. 첫 보기가 나왔다. 결정적인 실수는 ‘마(魔)의 17번홀(파3)’에서 터져 나왔다. 샌드웨지 티샷이 턱없이 짧게 떨어지면서 해저드에 빠진 것이다. 순식간에 두 타를 잃고 말았다. 순위가 역전 가능성이 희박한 10위권 밖으로 미끄럼을 탔다.
우즈는 “(티샷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가 불행히도 내 얼굴 쪽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요즘은 내가 경기하는 감각을 찾고 대회에 나선다는 느낌이 든다. 우승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세대 황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이 대회에서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11위를 기록해 더스틴 존슨(미국)을 밀어내고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는 상금에서도 552만3800달러를 모아 1위를 달리고 있다. 토머스를 랭킹 포인트 0.08점 차로 앞섰던 존슨은 공동 11위 이상만 됐어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공동 17위에 그쳐 ‘왕위 수성’에 실패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시우(23·CJ)는 3언더파 285타 공동 63위에 머물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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