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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100세 기업 파나소닉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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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저를 키운 건 ‘3무(無)’였습니다. 돈이 없어 어릴 때부터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고, 허약한 덕분에 운동으로 몸을 단련했으며, 학교를 못 다닌 덕분에 모든 이를 선생으로 여기며 배웠습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화로가게 점원으로 일했다. 자전거가게와 전등회사에서도 허드렛일을 했다. 그가 전기 소켓을 만드는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를 창업한 것은 24세 때인 1918년이었다. 100년 전 그때 직원은 아내와 처남밖에 없었다.

이렇게 출발한 회사는 2차대전 후 일본 경제 부흥과 함께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위상은 1980~1990년대만 못 하다. 삼성전자, LG전자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사상 최대 적자를 내며 벼랑 끝에 몰렸다.

가전제품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파나소닉은 구조 조정과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주력사업을 전기배터리 중심의 자동차 전장부품,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첨단 주택으로 바꿨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리튬이온전지를 납품하고, 차량용 사이버보안 시스템을 개발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전자쇼(CES)에도 TV 대신 자율주행차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 첨단 에너지 시스템을 들고나왔다. 파나소닉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콘셉트카는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얼마 전에는 건축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신사업에 나섰다. 가전제품을 따로 팔기보다 집과 연계해 세트로 판매하려는 전략이다. 요양 보조 로봇을 적용한 ‘고령자 전용주택’에 이어 IBM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왓슨을 활용한 ‘AI주택’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마을 전체를 첨단 도시로 건설하는 ‘스마트 타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도쿄 인근의 옛 마쓰시타전기 공장 터에 600채 규모로 조성한 스마트 타운은 파나소닉이 생산한 전자제품과 태양광 패널, 전기차로 움직인다. 최근 요코하마에 두 번째 타운을 완공했다.

지난달에는 ‘정장에 사원증 패용’이라는 오랜 관습을 깨고 캐주얼 복장을 허용했다. 사장부터 스웨터 차림으로 출근해 “정장이 당연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한 발상을 해보자”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은 파나소닉의 끝없는 혁신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마쓰시타도 초창기에 소켓 판매 부진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선풍기 부품이라는 새 영역에서 활로를 찾았다. 회사 창립기념일을 창업 날짜(3월7일)가 아니라 기업가의 사명을 깨달은 날(5월5일)로 정했던 그의 ‘혁신 DNA’가 지금의 ‘100세 파나소닉’을 얼마나 젊게 만들지 주목된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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