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손해율 상승과 새 회계기준 도입에 앞선 보장성 보험 판매 경쟁이 맞물리면서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2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911억원으로 4.59% 늘었으나 순이익은 150억원으로 18.22% 줄었다.
앞서 농협생명, 하나생명, KB생명, KB손해보험 등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건 마찬가지다.
농협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233억원으로 전년보다 27.4% 감소했다. 하나생명은 62억원, KB생명은 47억원으로 각각 16.2%, 63.6% 줄어들었다.
KB손보의 순이익은 94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작년에 비해 1.86% 감소했다.
보험사들의 실적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겨울 길었던 한파와 잦은 폭설이 손해율 상승으로 직결됐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한 보장성 보험 유치 경쟁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았다.
2021년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받는다.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은 부채로 분류되는 저축성 보험의 판매 비중을 줄이고 보험료 자산으로 책정되는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유사한 전략을 취하면서 보장성 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법인대리점(GA)의 시책비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시책비란 보험사가 GA에 속한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보험 계약을 성사시키면 수수료 외에 별도 비용을 지급한다.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보장성 보험인 치아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치아보험의 시책비는 월납보험료의 최고 600%까지 치솟았다.
이에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형 생명·손보사들도 미진한 성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 등 5개 손보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이 5676억원으로 전년보다 37.2%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 등 생보사 4곳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6506억원으로 25.6% 감소할 것으로 봤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보장성 보험 판매 경쟁이 GA채널의 시책비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상품 마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1분기는 치아보험 경쟁, 실손 절판효과로 신계약 및 추가상각 증가세가 거셌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부분의 보험사가 분기별 신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경쟁이 쉽게 사그라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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