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뮤지컬 '스모크'
[ 김희경 기자 ]
‘비극적 시대를 살았던 천재 작가의 혼란과 고뇌는 얼마나 복잡하고 심오할까.’ 이 하나의 질문을 향해 다양한 장치들이 작동한다. 지난해 초연 때와 비교해 대대적으로 바뀐 무대 디자인이 주인공의 고독과 절망, 열정을 더욱 잘 그려낸다.
일제시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1910~1937)의 삶을 그린 뮤지컬 ‘스모크’가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무대에 올랐다. 추정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오는 7월15일까지 공연된다.
작품에는 글을 쓰는 괴로움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남자 ‘초’(김경수 분),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황찬성 분), 이 두 사람에게 납치당한 여자 ‘홍’(김소향 분)이 등장한다. 이들 캐릭터는 모두 이상의 분열된 자아다. 이를 통해 강렬한 내적 분열을 밀도 높게 표현한다.
뮤지컬 스모크는 이런 독특한 설정으로 초연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다. 재연 무대에선 세 자아의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엔 무대를 폐업한 카페 분위기로 꾸몄다. 이번엔 하프 돔으로 무대 전체를 둘러쌌다. 이상의 ‘뇌’ 자체를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의 세 자아는 이 뇌 안에서 미친 듯이 흩어지고 갈등한 끝에 봉합돼 간다.
하프 돔에 이상의 글이 가로, 세로로 빠르게 교차하며 뜨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의 작품 발상이 혼란스러우면서도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형상화했다. 대사(말)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이상의 문학성을 글과 함께 한껏 부각시켰다.
작품 초반 해와 홍이 사랑에 빠지는 듯한 식상한 설정이 다소 길어지는 부분은 옥의 티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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