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성능 'N'브랜드 차량 국내 첫선
남양기술연구소 트랙서 벨로스터 N 체험
"폭스바겐 R라인(고성능) 수준은 충분히 따라간 것 같습니다."
지난 3일 현대자동차가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마련한 '벨로스터 N' 사전 체험행사. 평상시 수입 스포츠 세단을 타는 한 참가자는 벨로스터 N을 타본 뒤 이같은 평가를 내놨다. BMW M, 메르세데스벤츠 AMG 등 럭셔리 고성능차와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동차 애호가들이 느끼기에 폭스바겐 R 차량과 견줘도 좋을 만큼의 성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R라인은 대중브랜드 폭스바겐이 유럽은 물론 한국 판매도 했던 고성능차 제품군이다. 골프R, 시로코R 등이 대표적인 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출시한 i30 N에 이어 벨로스터 N 등을 내세워 올해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국내는 6월부터 벨로스터 N을 판매한다. 이날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고성능차담당 사장은 "벨로스터 N은 인제, 영암, 뉘르부르크링(독일) 등 가혹한 코스를 달리면서 스포츠카 같은 성능을 갖추게 돼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 남양연구소는 'N차량' 개발기지
'짜릿한 운전 재미를 주는 차를 만들자'
고성능 N차량은 남양연구소에서 개발돼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주행 코스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에서 치열한 검증과 단련을 통해 탄생했다. N차량개발팀 엔지니어들은 뉘르부르크링 서킷 라이선스 자격증을 보유해 그 가혹한 코스에서 수차례 시험 주행을 거쳤다고 한다.
벨로스터 N은 현대모터스포츠팀이 2014년부터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출전하는 랠리카(경주차) DNA가 그대로 녹아들었다. 현대차는 5년째 모터스포츠대회 참가를 통해 축적해온 고성능 노하우와 기술력을 N 차량에 적용했다.
토마스 쉬미에라 고성능사업부 총괄 부사장은 벨로스터 N에 붙은 '코너링 악동'이란 애칭에 대해 "코너링의 정점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강조한 표현"이라고 했다. BMW에서 30년간 근무했다가 최근 현대차로 이직한 그는 "벨로스터 N은 일상에서 즐기는 스포츠카로 손색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남양연구소에 2014년 R&H(라이드 앤 핸들링) 성능개발동을 완공했으며 14종의 시험장비를 가동하고 있다. 이중 다이내믹K&C는 전 세계 3대 밖에 도입되지 않은 시험장비로 코너링, 험로 등 다양한 주행환경에서 서스펜션 반응을 실험하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개발된 벨로스터 N은 최대 275마력, 36.0㎏·m 토크를 뿜어내는 2.0L 터보 가솔린 엔진에 고성능 특화 6단 수동변속기를 얹었다. 고성능 차량의 특징인 런치컨트롤, 레브매칭,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N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이 장착됐다. 주행모드별 배기음도 조절할 수 있다. N(고성능)모드에서 악셀 오프 또는 변속 시엔 '부웅'하는 스포츠카 같은 후연소사운드가 뿜어져 나온다. 박준홍 고성능차개발센터 전무는 "능동가변배기기술을 개발해 가속 사운드가 주는 주행 감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 벨로스터 N 타보니
남양연구소 내 다목적 핸들링 시험로 체험코스에서 차를 체험해봤다. N차량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 엔니지어가 먼저 트랙 운전 시범을 보였다. 고속주행시 핸들링 및 서스펜션 반응을 느껴볼 수 있는 14개의 코너 구간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뒷좌석에 앉아 트랙 3바퀴를 경험했더니 멀미가 날 정도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회전 구간이 많은 데도 차는 시속 100~140㎞를 넘나들었다. 기어 조작에 대해 물어보니 엔지니어는 "서킷 주행에서 고단 기어가 필요없어 2단에서 4단까지만 변속했다"고 말했다.
슬라럼 코스로 이동해서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수동변속기 차량 운전은 2012년 안산 서킷에서 코란도C 수동 차량을 몰아본 이후 6년 만이었다. 오랜 만에 수동 운전이라 시동을 끄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앞섰지만 다행히 출발후 시동은 꺼트리지 않았다.
수동변속기 운전은 기어를 바꿀 때 클러치를 밟아야 하고 클러치에서 발을 서서히 떼면서 가속 페달을 밟아야 속도가 붙는다. 1단 기어로 출발해 슬라럼 코스에서 2단으로 바꿨다. 직선 구간에선 3단 기어를 맞물리고 악셀을 밟았더니 분당엔진회전수는 4000rpm으로 치솟으며 '붕'하는 배기음을 냈다. 핸들링은 묵직했다. 다만 오랜 만의 수동 운전 탓에 짧은 구간이었지만 마음껏 가속을 못해본 것은 아쉬웠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N을 유럽 등 해외 시장에 선보여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나설 예정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고성능차 프로젝트에 상당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판매 숫자보단 수동 운전과 스포츠카를 즐기는 일부 마니아층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화성=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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