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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가장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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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완 < BNK금융 회장 kjw01@bnkfg.com >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산(山)을 찾는다. 기상 악화와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40여 년간 동행하고 있는 등산의 즐거움을 내려놓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불수도북(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을 비롯한 등산 횟수가 어느덧 1264회에 달했다. 수첩에 산행 기록을 빼곡히 메모하는 습관까지 생긴 걸 보면 산과의 인연이 보통은 넘는 것 같다.

증권업계에 처음 몸담은 1977년 어느 날, 미국의 직업별 보험수가가 소개된 기사를 우연히 읽었다. 증권업 종사자가 위험한 일에 늘 노출돼 있는 경찰관보다 오히려 보험료가 높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건강의 중요성과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등산이라는 평생의 취미를 갖게 됐다.

세월의 깊이만큼 등산에 얽힌 일화도 많다. 오래전 북한산에 올랐을 때 일이다. 갑자기 ‘철커덕’하는 소리와 함께 “손들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순찰 중인 우리 군인임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정작 큰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주민등록증이 없는 것이다.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가며 군부대까지 가서 신원 확인을 받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산에 오를 때면 지금도 주민등록증을 다시 한번 챙기는 웃지 못할 습관이 생겼다.

간담이 서늘했던 일도 있었다. 새벽 산행에 나섰는데 한 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에서 불쑥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상대방도 매우 놀랐겠지만 지금껏 산행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후부터는 사람이나 들짐승을 경계할 수 있도록 랜턴이 달려 있는 지팡이를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

필자는 산이 참 좋다. 등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여럿이 함께해도 즐겁지만 혼자 하는 등산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색(思索)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는 지난 1주일간 회사 경영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반성하고 내려올 때는 새로운 1주일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때로는 보고 싶은 옛 동료나 친구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대로 힐링과 다짐의 시간을 가지며 살아간다.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데 등산만큼 훌륭한 취미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여기에 건강까지 지킬 수 있으니 적극 권하고 싶다. 등산이 주는 행복을 많은 분들이 함께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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