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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편집숍' 개척한 OTD코퍼레이션… VC 날개 달고 고속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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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니콘과 모험자본의 길 (4) OTD코퍼레이션

유명 맛집 한 곳에 모으다
건물주서 공간 빌려 개조한 후
각각의 식당을 점주들에 재임대
성장속도 빨라지자 VC 자금 유치

공간 플랫폼으로 진화하다
DS운용·UTC 등서 83억 수혈
"푸드코트 활성화 해달라"
이마트 등 대기업서 요청 쇄도

셀렉트 다이닝 매장 20개 돌파
VC들, 재무컨설팅 등 지원
'신선배송' 마켓컬리와 협업 도와
내년 '몸값' 5000억 상장 추진



[ 김대훈 기자 ] 유명 맛집을 한 공간에 모으는 프리미엄 푸드코트(셀렉트 다이닝) 업체 OTD코퍼레이션(OTD)이 첫 투자 유치를 시작한 건 지난해 초. 2014년 7월 회사를 설립한 지 2년 반이 지나서였다. 창업자인 손창현 OTD 대표와 사공훈 상무는 벤처캐피털(VC) 투자를 꺼렸다. 지분율이 희석되고 투자자들의 간섭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서다. 두 사람은 창업 자금 6억원이 곧 바닥나자 10억원이 넘는 개인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회사가 번 돈은 모조리 재투자했다. 하지만 더 이상 개인 돈으로 버티기에는 회사의 성장속도가 너무 빨랐다. 울며 겨자먹기로 VC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VC들의 지원에 힘입어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된 지금 창업자들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손 대표는 “VC 투자 전에는 우리 사업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며 “VC들이 OTD의 역량과 가능성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평가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맛집 큐레이션’ 신사업 개척

OTD의 수익모델은 건물주에게 식당이 들어갈 공간을 빌려 개조한 뒤 다시 각각의 공간을 점주들에게 빌려주는 ‘전대(재임대)’다. 단순히 차익으로 돈을 버는 건 아니다. OTD는 공간을 꾸미고, 맛집을 선정해 배치하고, 매출을 관리하는 ‘식음료(F&B) 큐레이션’이라는 신사업을 개척했다.

창업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손 대표는 AM플러스 상업시설개발·운영팀을 거쳐 삼성물산 개발사업본부에서 상업용 부동산 개발 일을 하고 있었다. 평소 그를 눈여겨보던 서울 자양동 스타시티 건물주가 손 대표를 찾아왔다. 오락실이 폐업한 뒤 3년째 비어있는 공간을 활성화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손 대표는 바로 OTD를 창업하고 건물 3층 800㎡(약 250평) 공간에 첫 맛집 편집숍 ‘오버더디쉬’를 열었다. 전국 5대 짬뽕으로 꼽히는 ‘교동짬뽕’, 소문난 타코 맛집 ‘도스타코스’ 등을 입점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광화문 D타워에 문을 연 양식 편집숍 ‘파워플랜트 1호점’은 전국 수제맥주 단일매장 판매액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사업 초기엔 잘나가는 가게 사장들에게 ‘2호점을 내자’고 제안하면 사기꾼 취급당하기 일쑤였지만, OTD 매장에 가게를 열 수 없겠냐는 역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건물주·점주·투자자 모두 ‘윈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진 건 사업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다. 지난해 신축된 여의도 SK증권빌딩 지하 2층~지상 2층 5000㎡를 통째로 식음료 공간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오버더디쉬, 파워플랜트 등 단일 공간을 꾸미는 것에 10억원 안팎이 소요됐지만 여의도 디스트릭트Y에는 어림잡아 3~4배의 돈이 더 필요했다.

투자 유치에 나서자 VC들의 첫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누구도 이런 사업에 투자해본 경험이 없었다. 대기업들이 직접 사업에 뛰어들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OTD는 늘어나는 매출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대기업과 경쟁이 아니라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4개월여가 지난 2017년 5월 ‘은둔의 투자 고수’ 장덕수 회장의 DS자산운용을 비롯해 대상그룹 관계사 UTC인베스트먼트, 홍콩계 오티엄벤처스에서 총 83억원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기업가치는 3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VC들은 건물주와 점주, 투자자가 모두 상생하는 모델에 높은 점수를 줬다. 건물주는 공실을 해결하면서 세입자와의 분쟁을 피하는 장점이 있다. 점주는 유명 맛집 브랜드로 ‘저자본 창업’을 할 수 있고, OTD는 넓은 공간을 비교적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 곽동규 오티엄벤처스 부장은 “OTD는 독특한 협업 모델을 통해 다양한 건물주와 맛집 브랜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식음료 트렌드가 변하더라도 ‘공간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5000억원 증시 상장 목표

판단은 적중했다. 일반 건물주뿐 아니라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기업들도 기존 푸드코트를 활성화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첫 투자를 받은 지 5개월여 만에 진행한 80억원 규모의 두 번째 투자유치는 OTD가 다소 우위에 선 가운데 기존 주주 위주로 완료됐다.

VC들은 재무 컨설팅을 해주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OTD의 사업을 지원했다. DS자산운용은 또 다른 투자사인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와 OTD 간 협업을 제안했다. 오티엄벤처스는 홍콩 부동산 업체들과 OTD를 연결시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OTD가 운영하는 셀렉트 다이닝 매장은 20개를 넘어섰다. 명동 대신파이낸스타워에 디스트릭트M(명동)이 문을 열었고, 부영 을지로 빌딩에선 디스트릭트C(시청)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10여 개의 대형마트, 리조트, 오피스 빌딩의 F&B 사업을 하고 있다.

OTD는 전략적 투자자(SI),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300억~4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 중이다. 내년 말 혹은 내후년에 기업 가치 약 5000억원으로 증시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기업 계열 식음료 회사와 맞먹는 규모다. 성공하면 초기 투자자들은 지분희석을 감안해도 최소 10배 이상의 수익을 낼 전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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