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나스×에르뎀' 한정판
[ 민지혜 기자 ] ‘나또’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요. 일본 콩 요리 ‘낫또’를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나스가 또’의 줄임말인 ‘나또’는 “나스가 또 대박 화장품을 내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코덕(코스메틱+덕후)’들 사이의 은어죠. 프랑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랑수아 나스가 1994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색조화장품 중 가장 ‘핫’한 브랜드로 꼽힙니다. 2000년 일본 1위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그룹이 인수한 뒤 기초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여전히 색조 제품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 ‘나또’가 화제가 된 것은 영국 패션 브랜드 ‘에르뎀’과 협업한 한정판 화장품 때문입니다. 이달 1일 출시했는데 내놓기 전부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았죠.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에르뎀 스타일의 독특한 케이스가 이쁘다는 점, 둘째 한정 수량만 판매해 구할 수 없다는 점, 셋째 지금까지 나스가 선보인 것과 다른 독특한 색조 제품이라는 겁니다.
케이스가 웬말이냐고요? 여심(女心)을 모르는 말씀. 파우치에서 꺼내 화장을 고치는 여성들은 그 화장품이 어느 브랜드인지, 얼마나 예쁜 케이스에 담겨 있는지에 따라 그날 기분이 좌우되곤 하지요. 게다가 다 팔리면 못 구하는 한정판이라면 당장 백화점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했다는 뿌듯함도 ‘한정판’에 몰려드는 소비심리겠죠.
나스×에르뎀 한정판, 저도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유명 네일숍 유니스텔라의 박은경 원장이 나스×에르뎀 쿠션을 손에 들고 찍은 사진(사진)을 봐버렸거든요. ‘아 이건 무조건 소장각이구나’ 했죠. 나스 ‘소월’색 쿠션을 사용하고 있던 터라 이번엔 좀 더 밝은 ‘남산’ 색으로 ‘겟’했습니다. 블랙 일색이던 나스 화장품 사이에 흰색 쿠션을 놓았더니 기분이 확 좋아지더군요. 흰 바탕에 연한 회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 같은 케이스, 그 위에 피어난 꽃무늬까지. 리필 제품만 바꿔 계속 이걸 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립스틱과 아이섀도, 립팔레트도 세트로 마련했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색’을 그냥 넘길 수 없었죠. 평소 맥의 립스틱 ‘루비우’ ‘러시안레드’, 나스의 립펜슬 ‘드래곤걸’을 즐겨 쓰는 저는 이번엔 ‘블러드플라워’를 골랐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빨강은 없다고, 이 블러드플라워는 핏빛처럼 밝은 레드에 체리색을 살짝 섞은 선명함을 품고 있었죠. 입술 안쪽에 톡톡 발라 손가락으로 문질러주면 은은한 체리색이 입술 밖으로 번지면서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완성되는데, 아 이 색감이란. 지난번 나스의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미니 립펜슬 ‘레츠고 크레이지’에도 반했는데 이번 립스틱도 대성공이었습니다. 이렇게 또 코덕의 길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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