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거래처 부도로 사업 위기
마음 위안 얻으려 카메라 잡아
사진예술 통해 감성 경영 실천
연매출 1300억원대 회사로 성장
[ 김경갑 기자 ] 종합인테리어 건축자재 생산기업 세한프레시젼을 운영하는 김영재 회장(72·사진)은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팔라초 모라에서 열린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의 특별전에 초대받았다. 40년간 사진을 찍어온 ‘작가’로서였다. 네덜란드 유러피안컬처센터가 지원하는 특별전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연령대의 작가들이 시간, 공간, 존재에 대해 성찰한 작품이 걸렸다. 김 회장은 3m 대작 흑백 사진 ‘오후의 휴식’을 출품했다. 전남 완도의 김양식장과 어우러진 바다를 표현한 그의 작품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사진미술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이 작가로서 또 한번 큰일을 해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명 화랑 쟌코센 컴템포러리갤러리의 초청을 받아 지난달 26일부터 개인전을 연 것이다. 그동안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전시에서 흑백의 한국 바다 풍경을 보여줬던 그가 뉴욕에서 사진전을 연 것은 처음이다.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뉴욕 전시에는 동해안해안도로(부산~고성·7번 국도)를 비롯해 전남 신안 양식장, 남해안을 따라 바다 풍경을 카메라 렌즈로 잡아낸 근작 14점을 걸었다.
뉴욕 전시 개막을 마치고 2일 귀국한 김 회장은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의 바다 풍경에 담긴 신비감을 보여주는 게 각별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내가 한 것은 그저 요령 피워 얼버무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대상에 접근한 것뿐”이라며 “궁극적으로 흰색으로 향하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경영자인 그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1977년 거래업체 부도로 사업이 거덜 나자 마음의 위안으로 삼으려고 사진에 매달렸습니다. 일본 출장을 가는 친척에게 부탁해 캐논 카메라를 구입한 뒤 본격적으로 강변의 안개, 북적이는 시장, 바다 풍경에 렌즈를 들이대기 시작했죠.”
렌즈 속 세상은 그의 눈을 빨아들였다. 사업 실패의 아픔도 카메라 앵글 속으로 필터처럼 걸러져 증발했다. 문화센터와 사진연구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깊이 배웠다. 내친김에 사진 공모전에 응모해 입문 4년 만에 은상을 받으면서 사진작가로 등단했다. 새벽에 출사를 나가기도 했고 깊은 산중을 찾기도 했다. 현장에서 2~3일씩 묵으며 찍은 사진만 수천 점에 이른다. 사업도 사진처럼 순조롭게 풀렸다. 김 회장은 ‘금속 도어 핸들 디자이너’란 이력도 갖고 있다. 국내 최초로 레버형 도어핸들을 개발해 보급한 세한프레시젼은 지금은 다양한 건축자재를 만들어 연 1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삶과 예술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사진은 사업에 조미료 같은 구실을 한 셈”이라며 “삶의 의미와 행복이 뭔지 진지하게 통찰하게 해주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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