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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직은 '남북경협 김칫국' 마실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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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을 포함한 ‘10·4 공동선언’ 합의사업 적극 추진과 개성 남북한 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담기면서다. 2007년 남북한 정상회담 때 나온 10·4 선언엔 서해경제특구 조성과 개성공단 2단계 착공 등 대규모 경협 사업도 적지 않게 담았었다.

벌써부터 경기 파주, 강원 고성 등 접경 지역 땅값이 뛰고 있고, 경협 테마주도 들썩이고 있다. 제2 개성공단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통일경제특구법이 추진되고, 경협을 총괄할 협의체인 남북경협공동위원회가 11년 만에 부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공단 재가동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경협 재개를 위한 로드맵도 짠다고 한다.

언젠가는 본격화할 남북한 경협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경협이 본궤도에 오르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비핵화 선언만 나왔을 뿐,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는 마당에 ‘보상’ 성격의 경협카드를 미리 꺼내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설사 북핵 폐기 로드맵이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성실하게 이행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핵을 포기하겠다고 해놓고선 지키지 않은 전례도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목표이며,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 없이는 어떤 보상도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한 주요 외신들의 반응도 “북한이 남한에 보험 들었다(뉴욕타임스)” “이번에도 재활용된 용어만 난무했다(파이낸셜타임스)” 등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북한 비핵화 방식과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 방법, 핵 폐기 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건 등을 놓고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험난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우선적으로 동원해야 할 판에 경협부터 운운하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우리만 앞서간다고 될 일도 아니다.

남북한 경협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확인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 제재가 풀린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 성급히 경협을 거론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만 가져옴으로써 오히려 북한 비핵화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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