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新기술 속속 등장
[ 박근태 기자 ] 핀셋처럼 DNA에서 원하는 염기 하나만 콕 집어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사진)이 이끄는 연구진은 생쥐 배아에서 멜라닌 색소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염기 한 개를 다른 염기로 바꿔 온몸이 하얀 백색증(알비노)에 걸린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28일자에 발표했다.
생명 정보를 담은 DNA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등 네 종류의 염기 조합으로 이뤄진 32억 개 염기쌍으로 구성된다. 데이비드 리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수많은 염기쌍 중 아데닌 염기 하나만 골라 구아닌으로 바꾸는 염기교정 가위를 개발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염기교정 가위로 생쥐가 지닌 28억 개 염기쌍에서 멜라닌 색소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골라내 이 중 아데닌(A) 염기 한 개를 구아닌(G) 염기로 바꿨다. 이 유전자가 망가지면 색소 생산이 중단되면서 눈과 털이 하얗게 바뀌는 백색증에 걸린다. 실제 염기가 바뀐 생쥐는 하얀 털과 피부로 덮인 채 태어났다.
연구진은 또 다 자란 생쥐의 근육세포에 이 염기교정 가위를 주입해 DNA에서 유전병인 근위축증을 유발하는 아데닌 염기 한 개를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근육이 점차 위축·소실되는 이 질병은 가슴 엉덩이 어깨 허벅지 등 몸쪽 근육 약화로 시작해 점점 걷는 게 힘들어지고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로 다 자란 동물에서 유전자 교정을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를 제시한 리우 교수 역시 세포 수준에서만 효과를 입증했다.
염기교정 가위가 개발된 게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시토신(C)을 티민(T)으로 바꾸는 시토신 염기교정 가위(CBEs)가 개발됐다. IBS 연구진은 지난해 2월 시토신 염기교정 가위를 동물 개체에 적용해 성공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유전병이 단일 염기의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염기교정 가위가 난치성 유전 질환 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에선 염기보다 큰 DNA 한 가닥을 잘라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정교해지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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