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
방명록 메시지 '눈길'
김일성·정일 필체와 비슷
핵실험 명령한 글씨체로
이번엔 '평화의 시대' 써
[ 고재연 기자 ]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한 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판문점 평화의 집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사진)다. 메시지의 의미 못지않게 20~30도 기울여 쓴 김정은의 독특한 필체가 눈길을 끌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올려 쓴 김정은의 필체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태양서체’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서체’를 연상시킨다. 북한은 김일성의 태양서체와 김정일의 백두산서체,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의 ‘해발서체’ 등을 ‘백두산 3대 장군의 명필체’라고 선전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독특한 글씨체에는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등을 지낸 구본진 변호사는 김정은의 글씨에 대해 “경사 각도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올라가는 등 김일성, 김정일의 필체와 유사하다”며 “유전적 영향도 있겠지만 따라 쓰는 연습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지난 2월 청와대 방명록에 태양서체를 연상시키는 필체를 남겼다.
문장이 우상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에 대해 구 변호사는 “매우 드문 필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화가 앤디 워홀 등의 필체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도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판문점=공동취재단/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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