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한정상회담 만찬에 평양냉면을 준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에 때이른 냉면 열풍이 불었다.
김정은은 27일 오전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하면서 "어렵사리 평양서 냉면을 가지고 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편안히 드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열릴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는 평양 옥류관 냉면이 상에 오른다.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김정은이 평양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판문점으로 파견했고 통일각에 설치한 제면기로 갓 뽑아낸 냉면을 배달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남북은 냉면 운반을 위한 연습을 하기도 했다. 옥류관 평양냉면의 참맛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옥류관의 냉면은 꿩과 닭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간장으로 간을 한다고 전해진다. 고명으로는 소, 돼지 편육과 삶은 계란, 무김치, 오이, 배, 잣, 계란지단 등이 오른다.
앞서 지난 1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 참여했던 가수들은 이 옥류관 냉면의 맛을 먼저 봤다.
평소에도 '평양냉면' 마니아를 자처했던 백지영은 "사실 공연이 중요한 거지만 저는 이 냉면도 공연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백지영은 옥류관 직원에게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는 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옥류관 직원은 고명을 옆으로 밀고 면에 식초를 조금 쳐서 양념장과 겨자를 넣은 뒤 섞어 먹으면 별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초를 육수와 면에 넣는 것은 맛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양냉면을 맛본 뒤 "서울에서 먹었던 평양냉면의 맛이 아니다. 맛에 기품이 있다"고 감탄했다. 이어 "온도가 미적지근한데 맛있다"라며 "두 그릇 먹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진희는 "예전에 비해 양념이 좀 강하지만 그래도 맛있다"며 "우리에 비해 싱겁다. 깔끔한 맛"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에도 평양냉면을 먹은 바 있다.
윤도현은 "면에 식초를 뿌려 먹는 방식은 이색적이었다. 담백하고 맛있었다"라고 했고 실향민의 아들 강산에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정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고장에서 먹는 평양냉면이라 긴장이 됐다. 이질감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저 맛있기만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아닌가"라며 "옥류관의 냉면은 오히려 대중적인 맛"이라고 감탄했다. 또 그는 5그릇 먹고 싶은 맛이었지만 공연을 위해 꾹 참았다고 털어놨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옥류관에 방문하지 못했던 조용필은 공연 이후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옥류관에 가고 싶었는데 몸이 안 좋아 못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평양냉면은 첫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아니라 사람들의 맛의 기준을 흩뜨리는 독특한 음식이었다. 자칭 '평냉 마니아'들은 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쇠젓가락을 쓰지 않고, 양념장을 치지 않는 등 '면스플레인'(면+Explain)해왔다.
한국 스타들을 통해 평양냉면 먹는 법과 맛이 공개되면서 이같은 '면스플레인'은 무너졌으나 맛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만찬에 김정은이 '평양냉면'을 언급하면서 네티즌들은 '4.27 냉면회담' 이라고 열광했고 외신은 '국수 외교'라 칭했다.
해당 뉴스가 보도되고 을밀대, 우래옥, 을지면옥 등 서울 시내 유명 평양냉면집은 일찌감치 문전성시를 이루며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만찬에는 두 정상과 인연이 있는 음식이 준비된다.
청와대가 공개한 메뉴에 따르면 옥류관 냉면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 편수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으로 생산한 쌀로 지은 밥도 만찬 테이블을 장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의 대표적 음식인 달고기 구이(흰살생선 구이)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년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감자전도 선보인다.
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당시 몰고 간 소 떼를 키운 충남 서산 목장의 한우를 이용해 만든 숯불구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인 통영 바다 문어로 만든 냉채도 만찬 메뉴로 선정됐다.
아울러 만찬주로는 면천두견주와 문배술을 준비한다. 면천두견주는 진달래 잎과 찹쌀로 담근 향기나는 술이며, 문배술은 무형문화재 86-가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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