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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콘서트홀… 555m 마천루의 품격 '예술'로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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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월드'로 거듭난 롯데월드타워

뛰어난 음향 자랑하는 롯데콘서트홀
정명훈·조성진 등 세계적 음악가 공연

현대미술 선보이는 롯데뮤지엄
'리얼리즘 거장' 알렉스 카츠展 열려

석촌호수·잔디광장엔 설치미술
쇼핑·문화 즐기는 복합 공간으로 변신



[ 안재광 기자 ]
옛 서울 잠실 나루터는 한강의 본류와 지류 사이에 모래가 쌓여 섬처럼 고립된 곳에 있었다. 비가 오면 물이 넘쳐 잠겼다. 농사를 짓기 힘든 땅이 대부분이었다. 이 지역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서울시가 1970년대 초반 한강 정비사업을 하면서부터다. 시는 한강 본류와 지류의 물길을 막고 둑을 쌓았다. 물길이 막힌 지류는 지금 석촌호수로 불린다. 석촌호수 북쪽 모래밭 자리는 흙을 메워 대규모 부지로 조성됐다.

서울올림픽이 있던 해인 1988년 이 부지에 ‘롯데월드’가 세워졌다. 호텔, 실내 테마파크, 쇼핑몰 등이 함께 있는 대규모 복합 문화 단지가 탄생했다. 작년 4월에는 국내 최고 높이(555m)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도 완성됐다.

과거 모래밭이었던 이곳은 복합 문화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클래식 전용홀 롯데콘서트홀,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 초대형 수조가 있는 아쿠아리움이 들어섰다. 석촌호수와 연결된 잔디광장은 국내 공공설치 미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초대형 파이프오르간 설치된 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클래식 음악 연주가들에게 ‘가장 연주하고 싶은 공연장’으로 꼽힌다.

롯데월드몰 8~10층에 있는 롯데콘서트홀은 2016년 8월 개관했다. 롯데콘서트홀은 국내에 드문 클래식 전용홀이다. 유럽 클래식 공연에 필수인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무대 한가운데 있는 게 특징이다. 파이프오르간 전문기업 독일 리거가 3년에 걸쳐 제작했다. 파이프 5000여 개에서 68개의 소리(스톱)를 표현한다.

무대를 객석이 빙둘러 싸고 있는 ‘빈야드’ 설계도 돋보인다. 이 설계 덕분에 객석 좌석 간 음향 편차는 크지 않다. 음향은 미국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의 음향 설계를 한 일본의 나가타 어쿠스틱이 맡았다.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콘서트홀 주변에 완충 공간을 두는 ‘박스인박스’ 설계도 도입됐다. 또 바닥과 천장 공간을 분리시키고 이중 차음벽과 방음·방열 패드를 추가 설치했다.

개관 이후 세계적 수준의 음악가들이 이 콘서트홀에서 공연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지난해 리사이틀을 한 게 대표적이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씨의 리사이틀을 보기 위해 4900여 명이 몰렸다. 당시 그의 독주회 티켓은 10분 만에 매진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울시향과 지휘자 정명훈 씨의 개관 공연,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성황리에 마쳤다.

클래식 음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활동도 한다. 파이프오르간의 작동 원리와 연주곡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는 티켓값이 1만~2만원으로 저렴해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낮 시간에 클래식 음악 라디오를 듣는 듯한 콘셉트로 연주를 하는 ‘온 에어 콘서트’도 진행 중이다.

롯데콘서트홀은 다음달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5일 어린이날에는 ‘키즈 콘서트’를 한다. 11일은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조명하는 공연이 열린다. 피아니스트 이진상 씨, 지휘자 최희준 씨, 트럼페터 성재창 씨, KBS 교향악단이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교향곡 제11번을 연주한다. 15일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 자유분방한 연주로 유명한 에우로파 갈란테가 고음악을 들려준다.


롯데뮤지엄, 현대미술 거장 기획전

지난 1월 롯데월드타워 7층에 문을 연 1320㎡(약 400평) 규모의 ‘롯데뮤지엄’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대미술을 상시로 볼 수 있는 곳이 부족한 국내에서 세계적 거장의 현대미술 작품전을 열고 있어서다.

개관전은 형광등을 소재로 빛의 공간을 창조한 댄 플래빈 기획전이었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형광등 빛으로 공간을 변화시키는 플래빈의 독창적 작품 14점이 전시됐다.

지난 25일부터 오는 7월23일까지는 ‘리얼리즘 초상 회화’로 유명한 알렉스 카츠 작품이 전시된다. ‘현대 초상화의 거장’으로도 불리는 카츠의 대표작 ‘로라 15’부터 미공개 신작 등 70여 점이 걸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카츠가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 협업한 ‘CK 시리즈’ ‘코카콜라 시리즈’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카츠의 아내 아다와 주변 인물을 그린 작품, 풍경화, 꽃 그림, 드로잉 등 그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롯데월드몰에는 세계적 아쿠아리움과 어깨를 겨루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980년대 롯데월드타워를 처음 계획할 때부터 구상한 곳이다. 기존 아쿠아리움과 차별화하기 위해 깊고 넓은 해양 생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로세로 각각 25m 길이의 초대형 수조에는 해양생물 650종, 5만5000여 마리가 있다. 또 13개 바다 테마존은 세계 각지의 바다를 콘셉트로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잔디광장에선 설치미술 선보여

롯데월드몰은 ‘월드파크 잔디광장’과 석촌호수를 연계해 공공 설치미술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롯데와 송파구가 2016년 9월 함께 진행한 초대형 조형물 ‘슈퍼문’ 프로젝트에는 한 달 동안 약 600만 명이 다녀갔다. 슈퍼문은 미국의 공공미술작가 그룹 ‘프렌즈위드유’의 작품이었다. 관람객에게 행운과 우정을 준다는 메시지로 큰 호응을 얻었다.

작년 4월 벚꽃 시즌엔 네덜란드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먼이 ‘백조 가족’을 석촌호수에 처음 선보였다. 호프먼은 2014년에도 ‘러버덕’을 이곳에 설치해 약 500만 명을 끌어모았다. 높이 16m에 이르는 엄마, 아빠 백조와 아기 백조 다섯 마리를 보기 위해 650만 명이 몰렸다. 작년 10월에는 핼러윈을 맞아 월드파크 잔디광장에 라인프렌즈의 핼러윈 분장 캐릭터를 전시하기도 했다.

넥슨은 다음달 1~22일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주제로 한 대형 캐릭터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에선 국내 최고층 빌딩이란 특징을 살린 행사도 열린다. 수직 마라톤 대회 ‘스카이런’이다. 1층 아레나광장에서 123층 전망대까지 555m, 2917개 계단을 오르는 대회다. 작년 첫 대회에선 호주의 마크 본 선수가 15분4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다음달 13일 대회가 열린다.

■ 롯데월드타워 숨은 명소

1만원으로 즐기는 환상 뷰와 맛집
롯데월드타워 어디까지 가 봤니?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층 안내데스크엔 점심시간을 앞둔 시간에 긴 줄이 생긴다. 이 빌딩 31층의 식당가인 ‘스카이31’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다. 창가 쪽 ‘명당자리’를 맡으려고 아침 일찍 와서 출입증을 받아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146m 높이의 스카이31은 한강, 석촌호수 등 서울 시내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시내 전망 좋은 식당 대부분이 비싼 음식값을 받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 파는 메뉴는 1만원 안팎이다.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송파구 주민뿐 아니라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스카이31에선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버거랩의 프리미엄 수제 버거가 특히 인기다. 빌라드샬롯은 유럽 스타일의 피자, 파스타를 내놓는다. 탕과 찌개를 판매하는 소담반상,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 호호카츠, 태국 요리 전문점 타이누들앤라이스 등도 있다. 간단히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로비와 국내 최초의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등도 31층에 자리 잡았다.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당초 스카이31을 롯데 계열사와 입주 기업에만 개방했다. 일반 시민들에겐 작년 8월부터 문을 열었다.

롯데월드타워 1층 라운지엘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이 공간에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S’ 두 대가 전시돼 있다. 테슬라 전기차 전문 상담원이 상주하며 자세히 설명해준다. 롯데렌터카의 렌털(대여) 상품들도 1층에 전시돼 있다. 특히 고가의 생활용품 렌털 상품이 눈길을 끈다. 가전제품부터 유모차, 운동기구, 의류까지 다양하다. 몇 년간 장기 렌털부터 1주일, 한 달 단위로 빌릴 수도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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