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경제협력주 중에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권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로 남북 경협주 주가가 최근 뜨겁게 달궈진 만큼 '차가운 투자판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과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는 종목군에 한해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남북 간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수혜를 입을 종목군으로 건설, 철강, 유틸리티 등 인프라 관련 업종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남북 간 경제협력 시도의 초기 단계는 건설과 유틸리티, 교통물류 등 인프라 확충투자로 나타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우선적으로 건설주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아 관련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12.08% 급등했다. 같은 기간 1.01% 상승에 그친 코스피지수와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북한의 미흡한 도로사정 등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도로 총연장은 2만6176km로 한국의 24.1%에 불과하고, 고속도로의 경우 774km로 17.4% 수준에 그친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북한의 도로 포장률은 10% 미만이고, 간선도로 대부분이 왕복 2차선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남북 접경지역 도시개발부터 남북한을 연결하는 교통축과 신도시 구축 측면에서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무리가 있는 만큼 남북 경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 경협 초기에는 대북사업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고, 범현대가 기업도 함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 시나리오에 비춰 북한의 비핵화 정도와 관련된 이견이 협상을 장기화 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여러 수혜 업종 후보군들이 회자되고 있지만 확실성을 감안하면 건설업종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철강주는 향후 북한 내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경우 국내 철강사들이 주로 철강재를 공급하게 될 것이란 논리로 주목받았다. 이달 11일부터 약 2주간 6.38% 뛰었다. 북한의 조강생산량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가동률이 급격히 저하됐고, 현재 생산능력이 연간 100만t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항만, 교량, 상하수도, 전력시설, 건설 등과 관련해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철강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 간 경제협력 초기 단계에는 봉형강, 선재, 강관 생산 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보유하고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철근 생산업체인 한국철강과 대한제강, 내수 강관시장 의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세아제강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기계주의 경우 장기적으로 남북 간 철도 복원과 동북아 물류허브 구축 전망에 힘입은 구조적 성장 수혜가 점쳐졌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이 속한 기계업종도 최근 약 2주간 6.07% 올랐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 유틸리티주는 북한산 무연탄 도입 확대와 러시아산 가스관 배관 설치 및 공유 등의 장기적인 수혜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전기가스업종지수는 2.83% 올랐다.
개성공단이 재가동 될 경우를 고려해 인디에프, 좋은사람들 등 섬유의복주를 수혜주로 꼽는 시각도 나왔다. 개성공단은 섬유봉제 생산기지로 저렴한 인건비와 높은 숙련도란 장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4곳 중 섬유봉제업체는 73곳에 달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만큼 단기 성과가 가시화될 수 있는 남북 경협주는 개성공단 관련주"라면서도 "다만 기대감이 너무 빨리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남북 경협주는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상승한 만큼 향후에는 협상 진행 경과 등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까지의 상황전개 속도는 기대를 넘어섰지만 상징적 의미가 큰 정상급 대화와 달리 실무적 단계에서 북핵 문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적 효익이 금융시장에 전달되는 것 역시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업종별로 장기적인 수혜를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 관점, 남북 경협의 구체화 여부, 실제 기업 이익 창출 여부에 대해서는 재차 판단이 필요하다"며 "남북 경협주의 경우 실제 기업이익 확대 효과가 가시화된 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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