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특공 물량 늘리고 자격 조건 완화
내년 신혼희망타운 조성 "저출산 극복하고자"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반포 래미안아이파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고급 아파트에 월세 20만원대로 거주하는 게 가능할까.
신혼부부라면 가능하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을 현실화 하면서 신혼부부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새아파트 신혼부부 몰아주기가 본격화됐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에서 나오는 임대주택을 모두 신혼부부에 공급하고 있다. 다음달 4일부터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도 늘어난다.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인 신혼부부들도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해진다. 신혼부부만을 위해 짓는 아파트 ‘신혼희망타운’도 내년 서울·수도권 요지에 공급될 전망이다.
◆다음달 4일부터 신혼 특공 확대
신혼부부들이 신규 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다음달 4일부터 신혼부부 대상 특별공급 비율이 2배로 늘어난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전용 84㎡이하 새 아파트가 100% 가점제로 공급되면서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20~30대의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신혼부부에게는 특공 물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별도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국민주택은 기존 15%에서 30%로, 민영주택은 기존 10%에서 20%로 확대한다. 특별공급 신청 자격 역시 ‘혼인 기간 5년 이내인 유자녀 부부’에서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인 무자녀 부부’로 완화한다.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가운데 5%는 소득 기준도 낮아진다. 월평균 소득 제한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에서 120%로 변경된다. 2017년 기준 500만2590원에서 600만3108원으로 늘어난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 제한도 비교적 현실화됐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30%(4인 가족 기준 760만974원)까지 신혼 특공에 청약할 수 있다.
◆ 강남 행복주택 월세, 시세의 15%
신혼부부들이 입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 규모가 대폭 늘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2018 행복주택 1차 공급분 가운데 서울 소재 아파트는 총 2627가구다. 이 중 절반인 1306가구가 신혼부부에 공급됐다. 직전 공급된 2017년 2차 공급 물량(163가구)의 열배 수준이다. 자격 조건까지 완화됐다. 기존에 혼인 기간 5년 이내 규정을 7년 이내로 확대하고 출산, 육아휴직 등으로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초구, 강남구 등 강남권에서 공급된 행복주택은 모두 신혼부부에게 돌아갔다.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삼호가든4차),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상아3),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서초한양),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서초우성2차) 등이다. 이들 단지의 임대 조건은 전용 59㎡ 기준 보증금 1억6000만원, 월 임대료 60만원 정도다.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는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경우, 전용 49㎡ 85가구와 59㎡ 45가구가 행복주택으로 공급됐다. 전용 59㎡의 임대조건은 보증금 1억6532만원, 월 임대료 59만2000원이다. 버팀목대출을 이용하면 보증금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보증금을 2억2452만원까지 올리면 월 임대료는 29만6000원으로 줄어든다.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월 30만원도 안되는 임대료로 강남 랜드마크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복주택의 임대조건은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특혜에 가깝다. 반포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인근 아파트인 ‘반포자이’ 전용 59㎡의 월세 시세는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250만원 정도다. 전월세 전환비율 6%를 적용해 계산하면 보증금을 2억2452만원까지 올렸을때 월 임대료는 188만원이다. 행복주택 임대료의 6배다. 두달이면 376만원을 내야 한다. 행복주택의 1년 임대료 348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내년 신혼희망 타운 공급
내년부터는 신혼부부만을 위한 아파트도 공급된다. 국토부는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앞으로 5년 간 총 15만 가구의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하고 이 중 7만 가구는 신혼희망타운으로 짓기로 했다. 신혼희망타운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이면서 혼인 기간 7년 이내 인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수서 역세권, 과천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성남 금토지구 등이 수도권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수요자가 분양형과 임대형 중 선택할 수 있다. 분양형을 선택하면 전체 분양가의 30%만 먼저 내고 입주할 수 있다. 전용면적 59㎡ 분양가를 3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9000만원만 있으면 들어가서 살 수 있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부분의 신혼부부를 고려한 조치다. 나머지 70%는 20~30년 간 월 50~100만원 내외의 원리금 상환(금리 1%대) 방식으로 갚으면 된다.
신혼부부 맞춤형 전세 상품도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자는 낮추고 대출 한도는 높인 신혼부부 전용 전세 상품을 내놨다. 주택을 임대차하는 혼인 5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기존보다 대출한도를 3000만 원 확대하고 대출 비율도 10% 상향조정했다. 대출한도는 수도권 1억7000만 원, 기타지역 1억3000만 원까지다. 임대 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소득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최저 1.2%에서 2.1%까지 낮아졌다.
◆ “주거 안정으로 저출산 해결”
정부가 이처럼 신혼부부들의 내집 마련에 적극 나선 것은 고질적 사회문제인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1.9% 감소한 35만8000명으로 집계 됐다. 역대 최저 수치다. 출생아 수가 4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결혼 생활에서 재정적 부담이 큰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신혼부부들도 자연스럽게 출산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작년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혼부부 자격 완화, 임대주택 공급,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젊은 부부들이 주거 문제에서 벗어나고 출산·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신혼부부 금융지원 업무 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결혼, 출산 같은 개인의 선택 사항이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는 공공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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