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역대 두 번째 실적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난항
높은 시장점유율이 中 견제 불러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대 두 번째 실적을 기록했지만, 도시바 인수 난항을 겪으며 호실적에 되레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를 견제하면서 반독점 심사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1분기 실적을 24일 공시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액 8조7197억 원, 영업이익 4조3673억 원, 순이익3조121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8.6%, 영업이익은 77%, 당기순이익도 64.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조276억원, 영업이익 4조4658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성과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좋은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PC 출하량 등은 성숙기를 맞아 성장세가 줄어들겠지만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보급되고 중국과 미국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투자도 증가하며 반도체 시장 호황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2분기 매출 9조4000억원, 영업이익 4조80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10나노 초반대 공정 전환으로 D램 가격이 1분기 대비 3~5% 상승하고 같은 기간 출하량도 6% 늘어날 것”이라며 “72단 3D 낸드플래시 SSD 양산이 이뤄지며 기업용 SSD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호황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 부분 힘을 잃었다. 업계에서는 연말부터 반도체 호황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10나노 초반대로 공정을 전환하며 빗그로스(Bit Growth, 비트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성숙기를 맞은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된 것이 사실이지만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빅4의 수요는 견조하다”며 “서버용 D램 등의 수요가 늘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말까지 SK하이닉스 전체 D램 가운데 1/3이 10나노 초반 공정으로 전환될 예정”이라며 “원가도 상당히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늦어지는 도시바 인수는 SK하이닉스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지난해 9월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분사해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탈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2조엔(약 20조원)에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8개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면 올해 3월 인수가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심사 승인을 내주지 않으며 인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28.1%로 삼성전자에 이은 2위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점유율은 11.1%로 5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170조원을 들이며 반도체 굴기를 외친 중국에게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만남은 부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심사 승인을 늦추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M&A 작업이 늦어지며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도시바가 지난해 말 증자를 통해 채무초과 상태를 면했고, 매각과 인수가 늦춰지는 사이 도시바 주가도 올랐기 때문이다. 마이니치,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5월 말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매각 계약을 취소하기로 도시바가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지난 23일 도시바는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매각 취소나 매각 가격을 올리기 위한 재협상은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국의 승인이 늦어질 경우 도시바 채권단이 마음을 돌릴 여지는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독점 심사 승인을 하지 않는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는 시각이 있지만 반도체 굴기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반도체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이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 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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