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기숙형 창업공간… "두 달 걸리던 홈피 리뉴얼 2주 만에 뚝딱"
스타트업 9팀 16명 입주
"함께 숙식하며 아이디어 공유
창업에 몰두… 생산성 2배 향상"
[ 조아란 기자 ]
“기숙사에 입소하고 두 달 걸리는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2주 만에 했어요.”(이경태 키즈그라운드 대표)
23일 방문한 한양대 창업전용 기숙사 ‘247 스타트업돔’은 해커톤 대회장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해커톤 대회는 개발자들이 일정 기간 모여 밤낮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개발한 결과물로 겨루는 대회다. 오후 5시쯤 이곳에서 만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들은 “같은 자리에서 연속으로 10시간 앉아 작업하니 엉덩이가 아프다”며 기지개를 켰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 기숙사는 국내 최초 창업전용 대학 기숙사다. 원래 사법고시동으로 사용하던 기숙사 4층 638㎡ 공간을 한양대 창업지원단에서 3억3000만원을 들여 개조했다. KAIST에도 ‘창업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창업 기숙사가 있지만 창업 준비생들로만 입소생을 뽑아 집중 관리하는 기숙사를 연 것은 한양대가 처음이다. 정원은 30명인데 현재 9개 팀, 16명이 입소해 있다. 침대 3개와 화장실, 사무공간이 딸린 기숙사 방에 한 팀, 최대 3명이 생활한다.
입주한 스타트업팀 대표들은 “입소 후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돼 창업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고 입을 모았다. 키즈그라운드는 유아를 대상으로 미술, 음악 등의 클래스를 중개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은 팀원 3명이 각각 서울 노원, 경기 하남, 경기 파주에 살아 한 번 회의하려고 만날 때마다 교통시간만 왕복 3~4시간씩 들었다”며 “기숙사 입소 후로는 하루 19시간씩 일하면서 잠도 잘 자고 있어 생산성이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소재우 농사왜안한양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곳에 입소한 뒤 두 개 회사 일을 동시에 한다. 뉴스 가공서비스회사 블랙루비스튜디오를 창업해 지난 1월 코스닥 상장사 아이크래프트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그는 첫 번째 창업을 함께한 팀원들과 이번엔 농업, 조경 물품 쇼핑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소 CTO는 “창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성격이 다른 두 개 회사 일을 동시에 하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며 “입주한 팀들의 사업 영역도 비트코인, 쇼핑몰 등 각각 달라 서로의 단점을 냉철하게 지적해 주면서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도 장점이다. 팀마다 주니어 멘토, 시니어 멘토, 전담 멘토 등 총 3명의 멘토가 붙어서 주 1회 이상 창업에 대한 조언을 한다. 반기에 한 번, 3시간씩 8주에 걸쳐 총 24시간 진행하는 창업 세미나 ‘스타트랙’도 열린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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