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열흘 만에 머리 숙여
전문경영인 체제 등 개선책 발표
[ 김보형 기자 ] 한진그룹 3세인 조현아(44), 조현민(35) 자매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다.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언론에 보도된 지 열흘 만이다.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인 석태수 한진칼 사장(63)을 대한항공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사진)은 22일 오너가(家)의 갑질 논란에 대해 국민과 대한항공 직원을 상대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조 회장이 가족 문제로 사과문을 낸 것은 2014년 12월 장녀인 조현아 당시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제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과 대한항공 임직원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조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려 물의를 일으킨 조 전무는 대한항공 전무직과 함께 진에어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 등 7개 한진그룹 계열사의 임원을 맡고 있다. 2014년 운항 중이던 여객기를 회항시키고 승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집행유예)을 받은 조 사장은 지난달 인천과 제주,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과 준법위원회 구성 등 지배구조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겠다”며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재무전문가인 석 부회장은 조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앞으로 대한항공의 경영과 함께 사내 소통에 집중할 방침이다.
조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외부 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014년 장녀의 땅콩 회항 사건 당시에도 사내외 각 부문 인사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소통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준법위원회 구성 시기와 규모는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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