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고미술품은 선조들의 ‘문화 DNA(유전자)’가 깃든 유산입니다. K팝이나 K아트 같은 문화의 씨앗을 키워내는 밑거름이기도 하고요.”
박정준 신임 한국고미술협회(이하 고미협) 회장(70·사진)은 “중국의 20세기 최고 미술가인 치바이스의 산수화가 작년 12월 베이징 경매시장에서 1532억원에 팔리는 등 시장이 활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20년 넘게 불황에 빠져 있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전국 500여 개 고미술 상인 연합단체인 고미협 제25대 회장 선거에 출마해 지난 2월27일 당선됐다.
취임 2개월째를 맞은 박 회장은 한국화 전문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세종화랑 대표이기도 하다. 1980년대 화랑사업을 시작한 그는 소치 허련부터 미산 허형, 남농 허건에 이르는 ‘운림산방(雲林山房)’ 3대가를 조명해 왔다.
박 회장은 시장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짝퉁’을 몰아내기 위해 임기 동안 협회의 감정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매년 대규모 고미술 장터를 열겠다고 했다.
“그동안 위조된 협회의 고미술품 감정서가 나돌고 있어 감정서 도안을 전면 교체했습니다. 감정위원들이 골동품을 감정하는 과정을 폐쇄회로TV(CCTV) 영상으로 녹화해 책임도 물을 겁니다.”
그는 “국보·보물급의 해외 유출은 규제해야 하지만 그보다 수준이 낮은 고미술품까지 함께 규제해 유통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며 “규제를 어느 정도 풀어줘야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보호법 제39조는 전시 등을 위해 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 지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정문화재를 해외로 내보내려면 일일이 정부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국제 유통시장에서 한국 고미술품이 자연히 ‘왕따’가 될 수밖에 없고 해외 소장가들도 국내 시장 참가를 꺼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고미술품 가격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어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등 근·현대 작가 그림값보다 턱없이 낮다”며 “국제시장에서 ‘미술한류’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규모 고미술 장터 활성화에도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오는 6월2일부터 열흘간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협회 차원의 대규모 전시회를 열어 우리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고서화와 도자기를 보여줄 계획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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