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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의 전자수첩] 100만원짜리 스마트폰, 중고가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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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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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중고 매입 단가표 공개
    국산폰, 아이폰 대비 감가상각 커
    더 일찍 출시된 아이폰 가치가 높아



    #직장인 조인섭 씨(40)는 얼마 전 새 스마트폰을 개통하기 위해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았다. 새 제품 구입에 앞서 기존 제품을 처분하려던 그는 중고 시세를 듣고 실망했다. 1년이 채 안된 스마트폰 가격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점원은 "아이폰이 아니어서 감가상각이 큽니다"라며 구입 당시 출고가의 25% 수준을 매겼다. 한 때 100만원을 호가했던 조 씨의 스마트폰은 그렇게 30만원의 중고품이 됐다.

    어떤 신제품이든 중고 시장에 나오면 초라해진 새 가격표를 단다. 특히 스마트폰은 다른 전자 기기보다 가치 추락 폭이 크다. 최상 최고급 기종을 지칭하는 '플래그십'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폰은 신제품 출시 주기가 잦아 신제품이 나오면 전작의 가치는 대폭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스마트폰 별로 가격 방어력에선 차이를 보인다. 국산 스마트폰은 감가상각이 큰 반면 애플의 아이폰은 하락 폭이 낮다. 아이폰은 더 높은 출고가와 사양을 탑재한 국산 스마트폰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중고 전문업체가 매입할때나 개인 간 직거래시에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입수한 중고 스마트폰 단가표에 따르면 작년 4월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S8 플러스'는 35~40만원(19일 기준)에 매입되고 있다. 출시 1년만에 출고가의 30% 수준으로 떨어진 것. 그러나 애플 '아이폰7 플러스'는 출시 1년 6개월이 지났어도 30% 수준인 34~41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갤럭시S8보다 6개월 먼저 나왔지만 같은 수준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갤럭시노트8도 감가상각이 심했다. 출시한지 7개월된 노트8의 매입가격은 출고가의 4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달리 2개월 늦게 출시한 아이폰8 플러스의 매입가격은 62~74만원으로 60%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휴대폰 유통점이 아닌 개인 간 직거래시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직거래시 유통점보다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아이폰과 국내 스마트폰의 격차는 그대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국내 중고 제품들의 가격 방어가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줄어든 보조금도 국내 중고 제품들의 헐값 거래를 막지 못했다.

    애플 '배터리 게이트' 소송으로 중고 아이폰 가격이 떨어지고 국산 제품이 올라간 적은 있다. 그러나 애플이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 정책을 발표하고 나서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중고 아이폰 가격이 높은 이유는 ▲프리미엄 이미지 ▲해외 수요 ▲단일화 모델 ▲리퍼제도 ▲최신 운영체제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아이폰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다. '애플=비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 출시 초기부터 고가 전략을 구사해왔다. 작년 11월엔 163만원의 아이폰X(텐)을 출시하면서 고가 전략의 정점을 찍었다. 최근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모델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력은 고가모델이다.

    아이폰의 고가 이미지는 국내 중고 시세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 중고 매입업자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유럽에서도 아이폰 중고 제품의 수요가 많아 시세가 안정적이다"며 "국내 아이폰 중고가격은 글로벌 시세에 중고업자들의 마진이 더해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이폰은 전 세계에서 단일 모델로 출시돼 중고 제품 수출이 용이하다. 국산 스마트폰들이 국내용과 수출용을 따로 생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아이폰은 중고 스마트폰 수요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에서 아이폰의 이미지가 예전같진 않지만 여전히 선호도가 높다. 100만원이 넘는 새 제품 대신 한국에서 수입되는 중고 아이폰을 찾는 수요가 많다. 중국은 한국과 통신 방식이 비슷해 국내 중고 아이폰을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중고 아이폰 대부분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이유다.

    애플은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리퍼 제도'를 운영중이다. 당장 중고를 구매하더라도 서비스 기간이 남았다면 새 제품에 준하는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은 리퍼 제도를 통해 새 제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실제로 보증기간이 남은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약 10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애플이 기존에 출시된 아이폰에 최신 운영체제인 iOS를 제공하는 점도 중고폰의 가치를 높인다. 몇년이 지난 아이폰이라도 용량만 있다면 최신 운영체제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중고를 새 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 찾는 이가 많으니 가격이 유지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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