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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셀프 기부'로 낙마한 김기식… 최단기 금감원장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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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감원장 결국 사퇴
文정부 출범 후 고위공직자 8번째 중도 낙마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엔 "政資法 위반 소지"
부메랑 된 기준 "김기식이 김기식 물러나게해"
금감원장 연이어 불명예 퇴진…금융계 혼란



[ 박신영/박종필 기자 ]
현직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불법행위를 저질러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기식 금감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몸 담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 자신의 정치 후원금 5000만원을 ‘셀프 기부’한 것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려서다.

정치권과 금융계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해온 김 원장은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관위가 국회의원의 셀프 기부 관행에 공식적인 제동을 건 만큼 다른 정치인들도 앞으로의 정치 후원금 활용을 투명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공직자의 도덕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식 공직선거법 위반”

선관위는 이날 오후 8시께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 남은 정치 후원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특정 단체에 기부한 행위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선관위 해석을 ‘배수진’으로 삼고 버텼던 김 원장은 이날 선관위 발표가 난 직후 30여 분 만에 금감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선관위는 이날 경기 과천청사에서 권순일 위원장 및 선관위원 등 9명이 모여 회의를 열고 3시간 반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이같이 결론 내렸다. 선관위는 별도 브리핑 없이 A4용지 두 장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회의원이 시민단체나 비영리법인 구성원으로서 회비 등을 (통상적으로) 납부하는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선거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못 박았다.


선거법 113조는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는 소속 선거구와 무관하게 기관·단체·시설 등에 대한 기부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6년 5월19일 정치 후원금에서 5000만원을 떼어 연구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했다.

선관위는 김 원장이 의원 임기 말에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 조로 돈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는 ‘통상적 범위 안에서의 정치활동 소요경비’로 판단했다. 김 원장이 의원 시절 떠났던 해외출장 가운데 인턴비서를 대동했던 것, 공무 목적의 출장 가운데 휴식 목적으로 관광을 한 것도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예산이 아니라 피감기관 비용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간 것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커피값도 따지더니…”

금융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김 원장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커피값 1만2700원의 사용 여부도 따질 만큼 정부와 금융회사 등에 엄격했던 탓이다. 김 원장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 또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때 사회에 제시했던 윤리 기준을 정작 스스로는 넘어서지 못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의 김기식이 현재의 김기식을 물러나게 했다는 평가다.

실제 김 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는 관행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정작 국회 정무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비슷한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었다. 2014년 10월 국감에선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이 투자기업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과 관련,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 먹고, 체재비를 지원받는 것이 정당한가”라며 당시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몰아붙였다. 같은 달 김 원장은 외유성 해외출장을 호통치기도 했다. 그는 “열흘 동안 4개국에 해외연수를 갔는데 사실 해외 관광 여행을 40명씩 보낸 것”이라며 “코스가 거의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고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몰아붙였다.

앞서 2013년 10월 열린 국감에서는 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이 법인카드로 커피값을 결제한 것을 두고 “커피숍에서 융합과 혁신을 통한 정관 협력 방안에 관한 논의를 한다고 1만2700원을 썼다”며 “이 정도는 사비로 써야 하며, 법인카드를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질타했다.

김 원장이 임명된 지 18일 만에 물러나면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최단기 재직(183일) 원장이라는 불명예 기록이 다시 한 번 깨졌다.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업계도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졌다. 한 달 만에 금감원장 두 명이 연이어 불명예 퇴진해서다. 2016년부터 금감원 내부 채용비리 등으로 금융업계의 신뢰가 무너진 가운데 금감원장마저 도덕성 문제로 사임하자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박신영/박종필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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