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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사모펀드의 기업 구조혁신]10. 동양매직 렌털업체로 탈바꿈시킨 글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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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융 안쓰고 렌털업에 집중 투자...렌털계정 2년만에 50만개서 100만개로


≪이 기사는 03월29일(11: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경영 환경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끊임없는 구조혁신 없이는 어떤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기업 구조조정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채권은행 중심의 사후적·방어적 구조조정으로는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구조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사모펀드들의 역할이 부각되는 이유다. 마켓인사이트는 자본시장의 꽃,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성공적으로 구조혁신을 이끌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산업 발전에도 기여한 성공 사례를 집중 탐구해 시리즈로 게재한다.

2014년 4월29일. 법원의 동양매직 매각 본입찰을 하루 앞둔 저녁이었다.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는 잠이 오지 않았다. 글랜우드-NH PE 컨소시엄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동양매직 지분 가치로 2500억~2600억을 써내자고 결론을 내렸다. 차입금을 포함한 총기업가치(EV) 기준으로는 3200억~3300억원. 2013년 동양매직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525억원의 6배 수준이었다. 이 대표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분가치로 3000억원을 넘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BITDA 대비 6배는 당시 가전 제조업체들의 거래 배수(멀티플)였다. 렌털업체인 코웨이는 12배에 거래됐다. 이 대표는 동양매직도 렌털업체로 분류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한앤컴퍼니, 현대홈쇼핑 등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인수 후 동양매직을 확실한 렌털업체로 탈바꿈시키면 투자회수(exit) 시 높은 배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입찰을 몇시간 남기고 컨소시엄 파트너들에게 의견을 전달했고 “뜻대로 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글랜우드-NH PE 컨소시엄은 결국 3010억원을 적어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EV 기준으로는 약 3700억원. EBITDA의 7배 수준이었다. 실사를 거쳐 확정된 최종 인수가는 2850억원. 본입찰에서 각각 2770억원과 2700억원을 써낸 한앤컴퍼니와 현대홈쇼핑을 근소한 차이로 이긴 절묘한 가격이었다. 가전 제조 중심이던 동양매직을 렌털업체로 혁신시켜 2년 만에 38%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한 동양매직 투자 ‘마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최적의 파트너를 찾다

2014년 1월 법원이 실시한 동양매직 경영권 경매에는 18곳의 인수 후보가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쟁쟁한 PEF 운용사 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쿠쿠전자, 나이스그룹, KG그룹 등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전략적 투자자(SI)도 다수 있었다. 신생 PE인 글랜우드PE에게는 벅찬 상대들이었다. △가격 △자금 조달 계획 △경영 정상화 계획 등에서 모두 경쟁자들을 물리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차별화되는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평소 가깝게 지냈던 일본 주방 가전업체 팔로마를 찾아가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 한국을 생산기지로 삼아 중국 시장을 공략하자는 논리였다. 경쟁사 린나이와 달리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던 팔로마는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팔로마가 힘을 보태자 글랜우드의 사업계획서도 풍성하고 강력해졌다. 이 대표는 “공동인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지만 인수 초기 팔로마와의 긴밀한 제휴 관계가 경영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계획은 당초 자신이 있었다. 자금력에서라면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NH농협은행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NH는 2013년 코웨이 인수전 당시부터 렌털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양측은 동양매직이 매물로 나오자 바로 의기투합했다. 다만 NH가 초기부터 등장하면 경쟁사들을 긴장시켜 인수가만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컨소시엄 구성은 시차를 두고 발표했다.

“NH PE는 최적의 파트너였어요. 강력한 자본력을 갖춘 NH금융지주를 우군으로 맞이하게 되면서 법원에 거래 종결 능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죠. 게다가 하나로마트를 운용하는 NH경제지주와 유통 분야에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호 대표)

◆레버리지를 쓰지 않은 까닭

글랜우드 컨소시엄이 동양매직 인수를 위해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는 NH농협은행,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서울보증보험, 우리은행 등이 참여했다. 중순위 투자자를 합쳐 총 3500억원의 투자금이 모였다. 사모펀드들은 주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을 통해 충당한다. 하지만 글랜우드 컨소시엄은 동양매직을 사들이면서 은행 돈을 한푼도 빌리지 않았다. 이는 동양매직을 가전 제조업체에서 렌털업체로 빠르게 탈바꿈시킨다는 구조 혁신 전략의 일환이었다.

“레버리지(인수금용)가 수익률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동양매직의 경우에는 달랐어요. 렌털업은 초기에 자본 투자가 많이 들어갑니다. 100만원 정도 되는 정수기를 일단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하고 매출은 이듬해부터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레버리지를 쓰면 아무래도 이자를 갚기 위해 계속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레버리지를 쓰는 대신 빠르게 렌털 계정을 늘리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계정이 적어도 100만개는 돼야 규모의 경제가 나온다고 판단했죠.” (정종우 글랜우드 PE 전무)

글랜우드 컨소시엄은 오히려 인수 이후 3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동양 우발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등 동양그룹 시절 동양매직이 떠안은 악성 부채들을 상환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2013년말 10%를 넘었던 금융비용(가중평균 차입 이자율)을 2014년말 7.5%, 2015년말 3.6%까지 떨어뜨렸다. 그만큼 투자 여력도 늘어났다.


◆조직의 전열을 가다듬다

경영권 인수 후 회사의 구조를 혁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첫 100일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인수 전부터 ‘100일 계획’을 세우고 거래가 완료되자마자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이유다.

글랜우드-NH PE 컨소시엄이 세운 ‘100일 계획’의 첫번째 과제는 조직 개편이었다. 기존 동양매직의 조직은 가전과 렌탈 사업이 혼재된 형태였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사업을 하나의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컨소시엄은 조직을 가전사업부와 렌털사업부를 분리하고 각 사업 부문장이 개발, 생산, 영업, 마케팅을 모두 관장하는 체제로 바꿨다.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출신인 강경수 렌털 담당 이사를 전무로 승진 발탁했다.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렌털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었다. 100일 계획이 끝난 같은해 12월1일 ‘뉴 동양매직 출범식’에서 강 전무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 사장과 글랜우드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파견된 정찬욱 부대표는 각 사업부 별로 명확한 KPI(핵심성과지표)를 제시했다. 화성 공장의 생산 라인도 가전과 렌탈로 분리해 부문별로 원가를 관리하도록 했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었다. 오히려 방문판매 및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매직케어(MC) 인력을 자회사인 동양매직서비스에서 본사로 이동시키고, 인수 당시 554명이던 MC 인력을 2015년 2100명까지 늘렸다. 정종우 전무는 “과거 판매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던 홈쇼핑 채널은 매출을 빠르게 늘리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해약률과 연체율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방문 판매 인력을 확충해 렌털 계정을 빠르게 늘리는 동시에 계정의 건전성도 높였다”고 말했다.

동양매직은 2016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창출 대한민국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랜우드 임직원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이라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4년 인수 당시 50만개수준의 동양매직의 렌털 계정은 2015년 73만4000개로 늘었다. 2016년 엑시트(매각을 통한 투자 회수) 시점에는 100만개에 육박했다. 코웨이에 이어 렌털계정수 기준 2위 업체로 올라섰다. 2013년 0.95%였던 해약률은 2015년 0.68%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수금율은 89.2%에서 92.20%로 늘었다.


◆선택과 집중의 제품 개발 전략

물론 제품도 혁신 대상이었다. 인수 당시 동양매직은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소비자 수요와 상관 없이 일단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밀어냈다. 회사가 어렵던 시절 기획•마케팅보다 영업부서의 힘이 더 셌던 탓이다. 새 경영진은 제품 종류를 줄이고 획기적인 제품 한두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양매직은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과감히 정리했다. 동시에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배우 현빈이 광고에 출연해 ‘현빈 정수기’라 불린 직수형 슈퍼 정수기가 대표적이었다. 세균 번식의 우려가 있는 저수조를 뺀 직수형 정수기는 소위 ‘대박’을 쳤다. 슈퍼정수기의 판매가 급증하자 쿠쿠전자, 교원웰스 등 경쟁사들도 잇따라 유사 제품을 내놓을 정도였다.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활용해 가전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한 것도 동양매직이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미세먼지가 늘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이 커지자 동양매직은 센서로 실내 공기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슈퍼 청정기’를 내놨다. 실내 공기가 좋은지 나쁜지 알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했다. IoT 기능을 탑재해 집 밖에서 핸드폰으로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반응은 역시 폭발적이었다.

정 전무는 “청소기, 전자렌지, 제습기 등 시장 트렌드가 중요한 소형 가전 분야에서도 마케팅과 시장 조사 기능을 강화해 매출을 크게 늘렸다”며 “법정관리 하에서 신제품 개발이나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었던 회사를 PEF가 인수해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라고 말했다.

◆“너무 크기 전에 팔자”

글랜우드 컨소시엄이 동양매직을 매물로 내놓은 2016년 8월 동양매직의 실적은 창립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2013년 3299억원이었던 연매출은 2016년 4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됐다. EBITDA는 2013년 525억원에서 2016년 7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기업가치도 같은 속도로 성장했다. 2014년 인수당시 EV/EBIDTA 배수인 7배를 적용하면 순차입금 약 1000억원을 포함한 총기업가치(EV)는 6000억원에 육박했다.


“성장속도를 감안할 때 1~2년 더 기다리면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덩치가 더 커지면 인수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서 오히려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죠. 인수 후에도 성장할 여력이 있어야 인수 후보들에게 더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호 대표)

“당초 렌털 계정이 100만개에 도달하면 매각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있었어요. 100만개가 되면 각종 지원 조직과 인프라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아닌 렌털업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생각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해 조기에 매각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정종우 전무)

글랜우드의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2016년 8월11일 실시한 예비입찰에는 CJ, SK, 현대백화점, 유니드, AJ네트웍스 등 렌털업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들은 물론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베인캐피털, 칼라일그룹, CVC캐피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쟁쟁한 PEF 운용사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다.

치열한 인수전 끝에 동양매직은 6100억원의 인수가를 적어낸 SK네트웍스 품에 돌아갔다. EV기준으로는 약 7100억원으로 EBITDA 대비 10배에 육박했다. 인수 당시의 목표대로 매각 시 렌털 업체의 배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 대표는 “가격은 물론 고용 유지와 거래 종결 확실성 등 정성적 평가에서 SK네트웍스가 단연 돋보였다”며 “장기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인수 후보에 매각한다는 우리의 원칙에도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글랜우드 컨소시엄은 모회사인 동양그룹의 재무구조 때문에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동양매직의 숨은 가치를 발굴해 발현시킴으로써 연간 내부수익률(IRR) 38%, 머니멀티플 2.0배의 ‘매직 같은 대박’을 터뜨렸다.

유창재/이동훈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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