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농업기계 회사가 사람이 타고 조종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을 개발했다.
1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농업기계 회사 사카키바라 키카이는 ‘모노노후’‘로 불리는 대형 이족 로봇을 공개했다. 키 8.5m, 무게는 7t으로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 가운데 가장 크다. 조종사는 로봇 상체에 마련된 조종실에 탑승해 모니터를 보며 팔과 다리를 조작한다. 회사 관계자는 “과학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거대한 휴머노이드를 제작했다”며 “두 발로 걷는 거대한 휴머노이드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주력 분야인 농기계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거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높이가 3.4m인 랜드워커를 비롯해 그보다 작은 키즈 워커 사이클롭스, 메크박서 복싱 로봇을 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한 로봇 가운데 모노노후가 가장 복잡하고 정교하게 작동한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모노노후는 손가락 관절을 움직일 수 있고 상체도 좌우로 돌릴 수 있다. 또 시속 1㎞ 보다는 느리지만 두 발로 앞으로 걸었다가 뒤쪽으로 뒷걸음칠 수도 있다. 손에는 시속 140㎞ 속도로 스펀지볼을 쏘는 공기총이 달려 있다.
1979년 일본 아사히TV에서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로봇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 있다. 많은 엔지니어들은 이처럼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 병기인 ‘모빌슈트’와 같은 거대 로봇을 구현할 방법을 찾아 왔다. 최근 들어 거대 로봇은 현실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에서는 2016년 한국미래기술이 키 4m, 무게 1.6t짜리 대형 로봇 메소드-1(METHOD-1)을 깜짝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열린 ‘마스 2017 콘퍼런스’에서 그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거대 로봇인 ‘메소드-2’를 직접 조작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국미래기술 측은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훨씬 경량화시킨 ‘메소드-3’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로봇회사 메가봇이 개발한 ‘이글프라임’과 일본 스이도바시중공업이 제작한 ‘쿠라타스’가 대결하는 경기가 열려 큰 관심을 모았다. 경기에 참여한 이글프라임은 키 4.87m, 무게는 12t, 쿠라타스는 그보다 작은 키 3.96m, 무게 6.5t인 로봇이다.
사람이 타고 직접 조종하는 거대 로봇에 대한 로망은 70년 넘게 이어왔다. 1943년 나치와 싸우는 영웅을 그린 만화 ‘재키 로와 보이 레인저스’를 비롯해 1972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제트에도 거대 로봇이 등장한다.
거대 로봇의 실현을 막는 건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벼룩이나 개미는 자신 몸집보다 훨씬 뛰어난 힘과 능력을 발휘하지만 이는 사람이나 거대 로봇에겐 쉽지 않은 문제다. 몸집이 커지면 몸무게는 키의 세제곱에 비례해 늘어나는 반면 힘을 내는 근육 단면적은 키의 제곱만큼만 커진다. 늘어난 몸집에 비해 자기 몸무게도 지탱하지 못할 만큼 허약해지는 것이다.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키가 크고 무게가 늘면서 관절을 움직이고 이동에 필요한 힘이 더 들어간다. 로봇이 커지면 체중의 증가량보다 최소 10~100배 사이의 구동력이 더 필요하다. 로봇이 커지면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수평 방향으로 견디는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형 로봇보다는 훨씬 더 굵고 강한 뼈대를 사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거대 로봇을 제작하려면 현재와 미래 기술이 접목된 혁신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질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각 부분의 질량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몸보다 상대적으로 큰 운동을 하는 팔과 다리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관성력을 최소로 줄이려면 동력과 구동기 등 무거운 부품을 운동량이 적은 가슴이나 몸 안에 넣어야 하는 식이다. 또 거대 로봇을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존의 내연기관이나 연료전지보다 연료를 적게 쓰면서 상대적으로 큰 힘을 내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원자력이나 핵융합이 유력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손꼽힌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로보틱스 최신호는 거대 로봇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빅도그’ 같은 견마로봇을 비롯해 작은 힘을 들여도 무거운 물체를 들고, 전신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외골격 로봇에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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