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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욕망 비우고 리셋하라"… '인생의 쉼표' 미니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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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재산이 전부 아니다"
소비 줄이고 마음의 행복 추구
'소확행' 중시하는 중년들 늘어



“부자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많이 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적은 것을 원하는 것이다.”(재키 프렌치 콜러)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것만큼 달콤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달려왔다. 달리는 동안엔 돈을 벌고, 모으는 데만 집중했다. 그것이 곧 성공한 인생의 훈장이나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들 중 일부는 그토록 원했던 사회적 명예와 부를 얻었을 터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인생의 행복으로 이어졌느냐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큰 물음표로 남아 있다.

이제는 ‘인생 부자’ 타이틀을 전자가 아니라 후자의 방법으로 이루려는 사회적 움직임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적은 것을 원하는 것, 바로 ‘미니멀 라이프’다. 미니멀 라이프는 절제를 통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적은 물건으로도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른다.

영미권에서는 이 무렵 한 웹사이트가 등장하면서 미니멀 라이프 확산에 강력한 촉매제가 됐다. 잘나가던 회사에 돌연 사표를 던지고, 편안한 소파와 책 몇 권만을 가진 20대 후반의 청년들,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웹사이트 ‘미니멀리스트’를 열면서다.

그들은 “좋은 차, 큰 집, 넘쳐나는 물건을 가졌지만 주 70~80시간을 일하고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이는 일로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며 물건을 줄이고 더 목적이 분명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이 여정을 소개한 사이트는 1년 만에 방문자 수가 월 10만 명에 달했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도 관련 서적이 번역 출판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미니멀 라이프가 조명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대중문화 부분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윤식당’ ‘삼시세끼’ 등 미니멀 라이프를 표방한 TV 프로그램이 잇따라 인기몰이 중이다. 그중 속세를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인물을 찾아가 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는 중년들의 ‘무한도전’이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매주 ‘나는 자연인이다’를 6년째 시청하고 있는 사업가 A씨(55)는 “모든 걸 다 던져 버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끝도 없이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그것들을 다 따라가고 향유하려고 노력했지만 한계점에 부딪친 것이다. 이젠 좀 단순하게 살아보자는 사회적 풍토가 미니멀 라이프 관련 대중문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니멀 라이프가 비움의 미덕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것을 덜어낸 여백의 공간이 커질수록 그곳에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우리가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버리고 나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권태롭고 자기 안의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는 느낌이라면,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는 “행복한 미니멀 라이프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의외성에 귀 기울이고, 일상의 가벼운 파열을 즐겨야 한다”며 “가령 평소에는 해보지 않던 종교의 예배나 예불을 참여해본다든지, 절대 먹지 않던 음식에 도전해보거나 서먹했던 사람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고, 선호하지 않았던 장르의 음악회에도 가보는 등 새로운 삶의 공간을 발견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불고 있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케렌시아(querencia: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 트렌드와도 결이 비슷하다.

김수정 한경머니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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